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빚을 감당치 못해 파산에 이르는 자치단체들이 많다. 자동차산업의 ‘성지(聖地)’인 미국 미시간주의 디트로이트시는 작년 7월18일 파산했다. 180억 달러 빚을 견디다 못해 백기를 들었다. 2011년엔 미국 앨라배마주 제퍼슨 카운티가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신청 당시 부채는 31억4000만달러(약 3조5700억원)였다.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夕張)시 역시 사업을 무리하게 펼치다 353억엔의 빚을 지고 2006년 파산을 선언했다. 국제판타스틱 영화제로 유명했던 유바리시는 한때 인구 12만명이 사는 알짜도시였지만 파산 이후엔 인구 1만3000여 명의 초라한 동네로 쇠락했다. 재정 부실운영의 본보기다.
우리나라에서도 파산하는 자치단체가 나올지 모른다. 정부가 상반기중 자치단체 파산제 방안을 마련한 뒤 연내에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파산제는 실은 민선 자치단체가 시작되던 1995년 검토된 사안이다. 당시 김용태 내무장관은 “선심행정 등으로 재정이 매우 부실해진 자치단체에 대해 파산선고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과다한 의욕, 주민의 욕구 분출 때문에 재정부실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야당 등의 반대로 유야무야된 파산선고제가 또 불거지자 자치단체들의 반발이 심하다. 지방자치제를 형해화하려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상태로 마냥 방치해 둘 수는 없다. 지방자치의 건전한 정착을 위해 자치단체 파산제는 해야 한다. 선출직 단체장의 재정 부실 운영, 재선 또는 3선을 위한 포퓰리즘적 재정 남용을 막기 위한 유력한 수단이다. 금고가 비어있는 곳에선 민주주의도, 지방자치도 허술해지기 마련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