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각 시도 교육청이 쏟아내는 학생인권 조례들과 인권 및 도덕성 약화 그리고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는 학교폭력의 실태를 보면 작금의 교육현장이 뭔가 한참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과열 경쟁의 입시와 불확실한 자신의 진로로 인해 가혹한 학교생활을 되풀이해야 하는 학생들의 현실과 과연 학교만족도와 공교육에 대한 신뢰구축이 얼마나 가능할까를 생각하면 노둣돌 없이 수립한 전시적인 모래성 같은 교육개혁들이 더 이상 교육계와 학교에 전착(纏着)할 수 없다는 따가운 교훈을 남긴다.
이는 우리 현실에 당면한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그 중심에 사람을 두지 않고 외연(外延)의 성장만을 장식적으로 추진한 나머지 주객(主客)의 본질을 도외시한 현상과 다를 바 없다. 사람을 중시하는 것, 그것이 인성교육의 기본이다. 오늘날 창의성을 중시하는 교육의 혁신도 그 바탕은 좋은 인성에서 출발한다. 사회화 과정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전통의 소중함을 배워 온고지신의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이 인성교육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구일변도의 교육으로만 치달은 채 선조들의 지혜를 너무 잊어버리고 산다. 지금이라도 차분히 향약과 같은 미풍양속의 미덕을 회복하고 조상들이 삶에서 터득해 온 경험을 통해 얻은 고갱이를 보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자기가 몸담고 사는 지역사회의 특색과 전통문화를 교육과정에 반영하여 세대 간의 단절을 막고 배움의 뿌리를 단단히 다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전통문화가 왕성한 우리 고장의 아이들이 동고산성, 남고산성, 위봉산성의 역사와 가치를 모른다면 어떻게 좋은 인성을 품겠는가?
오늘의 우리를 가능하게 하는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하는 일도 인성교육의 다른 이름이다. 자기 고장의 역사와 문화의 전통을 수신(修身)한 자라야 흔들리지 않은 귀감이 되는 품성을 갖추었다 할 것이다.
마음의 힘, 곧 심력(心力)을 살찌우는 것이 인성교육의 실천방법이다. 배워서 알고 있는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자기관리와 나아가 사람살이의 인간관계 능력을 가늠하는 인성의 힘이야말로 교육의 원형임을 되새겨야 한다. 마음의 힘은 배워서 얻은 지식을 내면화시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도록 해 준다.
또한 훌륭한 인성은 타고난다기보다는 가정에서 익힌 기초교육과 학교교육을 통해서 얼마든지 바뀌고 발전시킬 수 있으며, 특히 선인들이 살아 온 전통의 뿌리에서 찾아 배울 필요가 있다. 지난 날 우리 지역이 자랑삼던 교육도시의 높은 위상을 회복하고 교육자치의 부흥을 위해서라도 서구화된 교육제도의 홍수 속에 매몰된 전통을 찾아 교육계획에 반영하고 시대에 맞도록 재발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