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를 앞두고 출사표가 잇따르고 있다. 군대를 일으킨다는 뜻의 출사는 출마이고, 출사표는 출마선언문 쯤 되겠다. 출사는 곧 후보의 세(勢) 과시와 비슷한 뜻일 텐데, 요즘엔 출판기념회가 그 대체 수단이다.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군사’들이 모인 출판기념회가 있는가 하면 채 100명도 모이지 않은 출판기념회도 있다.
선거를 앞둔 후보의 책 출판은 인지도 향상과 선거비용 조달 수단이다. 책을 펴내는 걸 상재(上梓)라 한다. 출판하기 위해 인쇄에 붙인다는 뜻이다. 책값을 넣은 겉봉투에는 대개 ‘축 상재’라 적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축 필승’이나 ‘축 발전’ ‘건투를 빈다’는 표현들이 많다. 전투적인 수사다. 책 낸 주인공한테 승리를 기원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출사표다.
출판 행사는 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한테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하지만 인지도 걱정이 없는 현역 정치인에게는 돈 창구다. 합법적으로 악용되는 현상을 차단하지 않으면 비리창구로 진화할 것이다.
책을 발간했다면 어떤 이유로 출마했는지의 ‘왜’(why) 와 향후 어떤 경영능력을 보여줄 것인지의 ‘어떻게’(how to)에 대한 해답이 제시돼야 한다. 제갈량이 쓴 장문의 출사표에는 나라를 걱정하면서 ‘왜’와 ‘어떻게’에 대한 처방과 간곡한 당부가 담겨 있다. 책을 내는 건 민낯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두려움 때문에 책 발간을 접은 이도 많다.
성실한 책 주인에겐 미안한 얘기이지만, 요즘 출판기념회에 등장하는 책들을 놓고 비판이 드세다. 단 한 페이지도 본인의 생각이 담기지 않은 책도 있다. 대필 발간, 짜깁기 출간 탓이다. 이걸 갖고 출판기념회를 여는 게 참 뻔뻔하다.
이런 사람이 지역을 맡는다면 어찌될지 끔찍하다. 그런데도 눈도장 찍으려는 사람들로 넘친다. 비리의 기미를 보는 것 같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은 더 꼴불견이다. ‘쩐탐(錢貪)’이 심하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