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고정지지층 '양날의 칼'
흥미로운 대목은 전문가들의 평가는 찬사에서 맹비난까지 다양한 반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과거 대통령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높은 편이라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지지도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리고 안정적인 국정지지도를 과연 곧이곧대로 긍정적인 신호로 읽어도 되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 핵심지지층은 감성과 지역이라는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지지는 감성적인 측면이 크게 작동한 것이기 때문에 정책의 실패나 공약의 파기도 지지율을 크게 떨어뜨리지 못한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비롯 수많은 굵직한 사건들이 있었음에도, 노령연금 공약을 못 지켜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건재하다.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행 사건도, 국정원의 중국 공문서 위조도 대통령 지지율을 떨어뜨리지 못한다.
대통령에게 안정적인 고정지지층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러나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위험이 함께 도사리고 있다. 안정적 지지율은 강력한 국정 추진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오류와 한계를 되짚어보는 노력을 게을리 하게 만드는 마취제로 작동할 수도 있다.
또한 고정지지층의 지지 강도가 강하면 그만큼 동시에 그 반작용으로 반대층의 반감도 더 커지기 쉽다. 특히 대통령이 고정지지층의 이해와 요구에만 귀를 기울이고 나머지 절반의 국민들을 외면한다면 국가는 분열의 위기를 맞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수치에서 지지층의 지역과 연령이 편중되어 있다는 점은 이런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절반의 국민만 바라보고 정치를 하게 되면 나머지 국민들의 불만이 어느 순간 임계점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조기에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 임계점은 의외로 빨리 찾아올 수 있다.
대통령의 불통은 이미 식자층 사이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는 사실이다. 또한 박근혜정부는 노령연금 공약을 비롯한 수많은 민생복지 공약을 파기하거나 후퇴시킴으로서 신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금융권 개인정보 유출 사고, 여수와 부산에서의 기름 유출 사고, 경주의 리조트 붕괴 사고, 전국 각지의 AI 창궐 등등 ‘안전한 사회’와는 거리가 먼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질병의 조기진단이 중요하듯이, 국정도 조기에 위기 신호를 포착하고 대책을 내놓는 것이 최선이다. 대책의 방향성은 불통, 불신, 불안의 반대말을 떠올려본다면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소통, 신뢰, 안전이 위기 예방을 위한 핵심 어젠다가 될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소통은 수평적 소통, 양방향 소통이다. 신뢰는 반복해서 말로만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실행이 반복될 때 쌓인다. 안전은 정상적인 업무 추진 관행의 축적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도달될 수 있다.
국정 위기 예방책은 소통·신뢰·안전
정당성 결핍이 권력의 조급증과 강박을 낳고, 편안한 핵심지지층만 바라보는 불통과 독선을 부채질하는 과거의 불행한 악순환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충분히 강력한 대통령이다. 지금이라도 조기에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 더 늦어져서 불통·불신·불안이 누적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국민은 더 불행해 질것이다.
지름길은 없다. 드러난 문제를 덮고 갈 방법도 없다. 문제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여 차근차근 풀어나갈 것을 대통령께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