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4년에 정부가 중점을 두어야할 10대 농업정책 과제 가운데 하나로 ‘농업의 6차 산업화’를 꼽았다. 농촌의 유무형 자원을 활용하고 다양한 주체들 간 연계 활성화를 통해 생산·가공·판매·체험이 연계된 6차 산업화 전략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농업 6차 산업화의 모범적인 사례로 마을만들기 사업이 꼽히고 있다. 마을만들기는 농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농촌지역 공동체 육성은 물론 생활권 정비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6차 산업화의 성공 사례로 평가하고 있는 진안 와룡마을과 진안마을 주식회사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고 내일을 전망해 본다.
△진안 와룡마을
진안 와룡마을은 농업의 6차 산업화를 통해 성공한 대표적 농촌 마을로 꼽힌다. 1995년 용담댐 건설로 옛 와룡마을과 신정마을이 수몰되면서 당시 99가구의 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졌지만 마을에 남은 11가구 20여명이 수몰지 바로 옆 야산을 공동으로 사들여 새로운 와룡마을을 세웠다. 그러나 비옥한 농토와 달리 야산을 일궈먹고 살기는 쉽지 않았고 마을 주민들은 마을 공동사업을 구상했다.
와룡마을 재건의 중심에는 마을 리더 강주현씨(58)가 있었다. 강씨는 11가구 모두가 조합원으로 참여한 신와룡새마을회를 조직했고, 이후 ‘좋은 동네’ 영농조합법인으로 성장시켰다.
와룡마을은 산촌의 특성에 맞게 약초재배를 통해 활로 모색에 나섰고 생산된 농산물을 산초와 홍삼 등으로 가공해 판매했다. 와룡마을은 생산된 농산물을 마을에서 가공해 판매한다는 ‘지산지공(地山地工)’ 전략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마을 법인인 좋은 동네가 전량 수매하고 수매된 농산물은 가공시설을 통해 다양한 상품으로 가공 판매된다. 된장, 고추장, 청국장, 간장, 참기름, 들기름, 산초기름, 달맞이꽃씨유, 홍삼액 등이 이곳에서 판매되는 가공식품이다.
와룡마을은 3개 품목, 15종의 농산 가공품을 만들어 연간 4억5000만원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도시민을 끌어들이는 농촌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마을회관 2층에 굴절망원경과 반사망원경, 혼합형 망원경 등 천체 망원경 3대를 갖춘 천문대를 만들었다. 마을회관 위쪽에는 ‘천기누설’이라고 이름지은 천체영상관도 세웠다. 도시와 달리 농촌마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별을 테마로 잡았다. 천문대 운영을 위해 강씨는 직접 천문지도사 3급 자격증을 땄다.
이렇게 만들어진 천문대는 도시민을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주 등 주변 도시지역 학생들의 단체 방문이 잦고, 전문가들도 많이 찾는다. 매년 6000명 이상이 마을을 찾고 있고 고정 방문객도 1400여명에 달한다. 14년 동안 거르지 않고 마을을 찾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와룡마을은 계약재배-농산가공-도농교류-직거래를 통해 창출된 경제적 가치를 지역 주민들이 함께 나누며 활력있는 농촌 마을을 만들고 있다.
△진안마을 주식회사
진안마을 주식회사는 2011년 와룡마을 등 진안군의 30개 마을이 공동출자해 농업회사법인으로 설립됐고, 와룡마을 리더 강주현씨가 대표로 뽑혔다. 진안군 마을만들기사업 성과를 기반으로 마을단위 농특산물의 판매혁신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마을주민 및 단체 130명이 자본금 1억5000만원을 조성해 마을회사를 세웠다. 진안마을 주식회사는 농가 소득 향상을 위해 고사리 등 건나물 5종 세트를 상품화해 2011년 추석부터 선물용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진안마을 주식회사는 현재 학교급식 지원센터로서 진안군 전 학교에 친환경 급식재료를 공급하고 있고, 북부 마이산 관광단지내 농촌테마공원에 로컬푸드 식당과 직매장 운영, 잡곡가공장, 농가공장, 발효 체험장 등의 다양한 6차 산업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나물, 잡곡 등 독자브랜드 상품 개발 및 판매 사업도 추진중이며 소농, 가족농 등의 생산자 교육 및 조직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진안마을 주식회사는 지난해 상근 고용인원 6명, 일용직 4명으로 1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하반기 레스토랑과 직매장 등이 문을 열면 상근 15명, 일용직 10명, 연매출 12억을 기대하고 있다. 2016년 상근 20명, 일용직 15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연매출 30억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 와룡마을·진안마을 주식회사 강주현 대표 "주민들의 높은 참여율 마을만들기 사업 큰 힘"
“어떤 사업이든 대박이 나면 망합니다. 마을사업은 꾸준히 성장하는 것이지 급성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진안 와룡마을의 성공과 진안마을 주식회사의 도약을 이끌고 있는 강주현 대표는 ‘성공’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를 꺼려한다. 성공보다는 100년, 200년 뒤의 후대에 까지 마을이 사라지지 않고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 만들기는 마음 만들기 입니다.”
와룡마을 토박이인 강 대표는 겉으로 꾸미는 마을보다는 이웃사촌을 복원하고 ‘우리’라는 울타리를 만들어가는, 농촌의 정서적 마음을 모아가는 것을 마을 만들기의 목표로 꼽았다. 예산 지원보다는 사람이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농촌체험마을에 정부 사업비가 들어오면서 망하는 마을을 여럿 봤다”고 했다. “공돈이 들어오면 이권 다툼이 생기고, 분쟁이 생기고, 패가 갈라집니다. 그런 마을에서 도시 사람들이 잃어버린 인간관계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강 대표는 와룡마을의 성장 기반으로 주민들의 높은 참여율을 꼽았다. 참여도에 따라 수익을 나눠주는 참여비례배분제가 큰 힘이 됐다고 한다. 단순히 농산물을 많이 출하했다고 해서 더 많은 수익을 나눠주지 않고, 농산물 출하는 물론 각종 마을 모임과 교육, 연수, 견학 등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등 공동체 생활에 얼마나 많이 참여하느냐에 따라 수익을 배분한다는 것이다.
와룡마을을 전국의 대표적인 농촌 체험마을로 정착시킨 강 대표는 이제는 진안마을 주식회사의 도약에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앞으로 농촌쇼핑관광시대가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진안 만의 먹거리, 식단이 있는 로컬푸드 매장과 레스토랑을 만들어 진안마을 주식회사를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같은 지역 고유 농산물과 식품의 가치를 아는 ‘가치 고객’을 적극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강 대표는 “진안마을 주식회사는 2016년 매출을 30억 원까지 올린다는 계획이지만 개인적으로는 2018년까지 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느냐가 진안마을 주식회사의 성패를 가늠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정치와 연결지어 바라보는 지역내 일부의 시각에 대해 “한때 정치에 관심을 가졌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정치에 전혀 뜻이 없다”고 일축한 뒤 “와룡마을과 진안마을 주식회사의 발전에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