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쌍치초등학교 교사들은 ‘쌍치’라는 강한 어감에 종종 곤혹스러워했다. 고민 끝에 장두실 교장과 장원규 교감은 역발상의 묘책을 내놨다. ‘인성과 학력, 쌍(雙)이 하나되어 물결 치(置)는 학교’라는 슬로건이다. 덕분에 다른 학교 교사들과 쌍치초를 소개할 때마다 웃음꽃이 피어난다.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학교 홍보 전략이다.
△6남매 프로젝트 부각
1909년 건립된 쌍치초는 ‘6남매 사랑의 한가족 프로젝트’로 통한다. 전교생 42명 중 다문화가정 학생은 8명이나 된다. 학생수 급감으로 개교 105주년 위상은 주춤하지만, 가족 같은 학교 분위기에 대한 자긍심은 강하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프로젝트‘6남매 사랑의 한가족’(이하 6남매)으로 인해 쌍치초엔 그 흔한 왕따가 없다. 6남매는 인성 교육의 희망이다.
6남매는 1~6학년 학생들이 학년별로 1명 이상씩 참여해 나라별 이름을 딴 조를 만들어 각 나라의 문화와 풍습에 대해 조사하는 일로 시작됐다. 이후 학교의 모든 활동에 6남매가 적용됐다. 몽골팀(몽골의 법칙), 일본팀(가화만평·아이시떼루), 우즈벡팀(한우사랑·우진가·쁘리엣), 인도팀(여섯숟가락) 등 6개 팀은 매주 수요일 3~4교시 창의체험을 묶은 블록타임을 활용해 텃밭 가꾸기, 다문화 요리축제, 김장 체험, 친구·사과 데이 등을 소화한다. 우주베키스탄 팀인 ‘한우사랑’에 참여한 박세진 군(3년)은 “6남매는 우리와 외국을 연결해주는 징검다리”라면서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음식인 볶음밥 쁠로프를 만드는 법 등을 배우는 게 즐거웠다”고 말했다.
쌍치초의 학력 신장 대안은 돌봄교실의 내실화와 책 읽기로 요약된다. 주변에 학원이 없는 이곳은 어느 지역보다 공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오후 8시까지 이어지는 돌봄교실에서는 논술·영어·수학·한자·과학 등 과목별 수업과 가야금·바이올린·태권도·하모니카 등 특기적성 수업이 뒤따른다.
2000년 초만 해도 쌍치초는 가야금 등 전통예술 수업을 앞세워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1998년부터 가야금병창과 사물놀이반 등을 운영해온 쌍치초가 각종 국악대회에서 두각을 보이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악진흥회가 선정하는 전통예술 모범학교 2년 연속 선정됐던 것. 하지만 “최근엔 학생수가 모자라 가야금반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며 장두실 교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쌍치초는 독서의 활성화를 위해 어렵사리 ‘학부모 독서클럽’도 챙겼다. 독서교육·글쓰기 지도법 등을 연수받은 학부모들은 매주 월요일 아침독서 시간에 책을 읽어주거나 서가를 정리해준다.
교사들이 세심하게 제작한 독서일기는 학부모들의 호응이 높다. 2012년 전북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통과 여파로 전북에서 일기쓰기 검사가 사라지면서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더 이상 일기를 쓰지 않는다”며 볼멘 소리를 해왔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었다. 이에 쌍치초는 독후감과 일기를 접목시켜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총동문회 활성화가 관건
“예전부터 쌍치가 아주 골짜기였어요. 총동문회가 만들어진 게 3년 됐는데, 활동이 거의 없어요.”
양병원 쌍치초 총동문회장(23회)은 뒤이어 “미안하다”고 했다. 대신 양 회장은 1950년대 학창 시절의 한토막을 들려줬다. 그는 초교 4학년 때 6·25를 만났다.
“시내로 피난갔죠. 수복되면서 쌍치로 와서 졸업했어요. 배고픈 때라 학교 보리밥 한 뭉치씩 주면 그거 먹는 재미로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가 기억하는 쌍치초의 전성기는 1970년대다. 전교생이 600~700명에 육박했던 쌍치초의 쇠락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지만, 동문들은 “내실있게 명맥을 잇는 일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어렵사리 수소문한 결과 쌍치초 동문들을 가까스로 찾을 수 있었다. 대왕기업 운수 대표로 있는 고석진씨(32회)와 전 청와대 경호실장과 육군본부 35사단장을 했던 안주섭씨(35회), 전북민예총 회장을 지냈던 신형식 전북대 교수(화학공학부·45회), 양만섭 대진대 교수(영문학과·45회), 쌍치초를 잠시 다닌 이학영 국회의원이 거의 전부다. 200여 명 남짓한 총동문회 활동은 이제 걸음마 단계. 동문회가 대개 60~70대 쌍치 토박이들로 구성 돼 젊은 동문들로 전반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양 회장은 “젊은 친구들이 바통을 넘겨 받아 총동문회를 활성화시켰으면 한다”면서 “쌍치초의 숨겨진 역사를 누구나 아는 역사로 기록하는 일부터 솔선수범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