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동학혁명 유적지 '천대'

전국 365곳 중 156곳…문화재 지정 6곳뿐 / 자치단체 무관심·고증통한 등록 시급 지적

전북지역의 동학농민혁명 유적지가 천대받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지였던 전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유적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적지의 문화재 지정 및 등록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체계적인 보존·관리가 되지 않아 하루가 다르게 훼손되고 있는 도내 유적지에 대해, 문화재 지정·등록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전북도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동학농민혁명 관련 유적지는 모두 365개소이며, 전북에 있는 유적지만 156개소(43%)에 달한다. 가장 적은 서울·울산(1개)과 2위인 전남(92개)에 비해서도 압도적인 숫자다.

 

하지만 도내 유적지의 문화재 지정 및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재까지 전국 유적지 가운데 모두 21개소가 동학농민혁명과 관련해 국가 및 시·도지정문화재 등으로 지정됐으나 전북지역은 단 6개소(28%)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동학농민혁명군의 후손들이 명예훼복을 이뤄낸 뒤에도, 전북지역 유적지의 문화재 등록 건수는 단 한 곳 뿐이었다.

 

도내에서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된 곳은 정읍 전봉준고택(사적 293호), 정읍 황토현전적지(사적 295호), 부안 백산성(사적 409호) 등 3개소다. 이는 동학농민혁명에서 전북이 갖는 의미에 견줘 턱없이 부족한 숫자고 무장기포지, 동학혁명군 지도자 생가터, 원평 집강소 등은 반드시 국가지정문화재가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시·도지정문화재의 숫자는 더욱 참담하다. 시·도지정문화재는 전국에 모두 11곳이 지정됐으나, 전북지역은 만석보터(전북기념물 33호), 말목장터와 감나무(전북기념물 110호), 고부관아터(전북기념물 122호) 등 3개소 뿐이다. 유적지 수가 훨씬 적은 전남도 3개소나 지정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도내 시·군의 무관심은 더했다. 단 한 곳도 시·군 향토문화유산으로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를 지정하지 않았다.

 

전북도 관계자는 “동학농민혁명 120주년 기념사업 일환으로 지역 기념사업 단체, 자치단체, 기념재단이 공조체계를 이뤄 올해 안으로 문화재 등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더 많은 유적지가 문화재로 등록될 수 있도록 자치단체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조사부장 “동학농민혁명이 세계사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역사적 사건인 만큼 유적지에 대해 철저한 연구 및 고증을 거쳐 문화재로 등록하는 게 시급하다”면서 “100주년, 2주갑 등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해에만 문화재 등록을 추진할 게 아니라 평소에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