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7일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는 이제라도 베트남전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과 성폭력 범죄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대협은 "베트남전 당시 파병된 한국군에 의해 베트남 곳곳에서 학살과 집단 성폭행이 자행됐다"며 "베트남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몸과 마음에 배어 있는 고통의 책임이 누구의 책임일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국과 베트남의 진정한 우호관계뿐 아니라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는 베트남전에서의 과오를 인정하고 책임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은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과 정대협의 '나비기금' 발족 2주년을 기념해 열렸다.
나비기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8), 길원옥(86) 할머니가 자신들과 같은 고통 속에 살아갈 아프리카 내전과 베트남전 성폭력 피해자들을 돕겠다는 뜻에 따라 지난 2012년 발족했다.
가수 이효리 씨가 첫 추진위원으로 500만원을 기부한 데 이어 지금까지 1억2천여만원이 모금됐다.
기금은 콩고민주공화국 내전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다른 피해자와 어린이를 돕는 레베카 마시카 카츄바씨와 베트남전 한국군 성폭력 피해자 9명 등에게 지원되고 있다.
정대협은 올해 세 번째 지원 대상 지역으로 팔레스타인을 선정, 피해 실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지원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13세에 위안부로 끌려갔던 길원옥 할머니는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들 사정을 안다고 그 뼈아픈 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며 "전 세계 어느 곳에서 도 두 번 다시 우리 같은 험한 꼴을 당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