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왔는데…죽기 전에 이렇게 만나게 되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5살 때 실종됐던 한 남성이 경찰의 끈질긴 노력으로 37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주인공은 경기도 광주에 사는 김모씨(42). 김씨는 1977년 9월 익산 여산면의 한 물가에서 물놀이를 하던 중 실종됐다. 김씨의 갑작스런 실종에 황망한 가족들은 백방으로 김씨를 찾아 헤맸지만 그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가족들이 애만 태우고 있는 그 시각에 김씨는 버스를 타고 있었다. 다행히 한 시민의 신고로 김씨는 보육원에 맡겨졌다. 이후 김씨는 16살 때까지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자립해 서울의 봉제공장, 제과점 등에서 일하며 어렵게 살아왔다. 마흔이 넘은 나이지만 아직 결혼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속절 없이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김씨에 대한 가족들의 기억도 차차 옅어져 갔다.
그러던 중 올 1월 김씨의 아버지가 사망하자 김씨 누나(44)는 호적정리를 위해 행정기관을 찾았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익산경찰서 실종팀을 찾아 실종 신고했다.
이에 익산서는 어지러운 퍼즐조각을 맞춰가듯 프로파일링 시스템 검색과 보호시설 가족찾기 명단을 확보하고 실종자 찾기에 나섰다. 400명가량의 대상자와 일일이 대조작업을 벌인 경찰은 어렵사리 실종 당시의 김씨로 추정되는 한 장의 사진을 찾았다. 하지만 세월이 그만큼 흐른 탓인지 가족들은 사진을 보고도 쉽사리 김씨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현재 김씨가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광주시로 직접 찾아가 김씨의 유전자정보(DNA)를 채취, 김씨 가족 DNA 정보와 대조했고, 11일 친자관계가 성립된다는 최종 결과가 나왔다.
이날 37년전 잃어버린 자식의 소식을 접한 김씨의 어머니 박모씨(75)는 “그동안 아들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매번 찾지 못해 눈물로 한 세월을 다 보냈다”면서 “죽기 전에 아들을 만나게 돼 정말 행복하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한편 익산서는 오는 15일 형사과장실에서 김씨와 김씨 어머니, 누나의 상봉행사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