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지 않는 기억' 아동성폭력 (하) 근절·피해자 지원 대책] 예방교육 확대·의무화 필요

학교 정규교과 편성…잘못된 성 인식 개선 / 신체·정신 후유증 지속가능 치료체계 확립

신체·정신적으로 미숙하고 발달단계에 놓여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피해아동이 성장한 이후 사회 부적응이나 갈등, 가정불화, 만성질병 등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피해자의 70%가량이 친족 및 이웃사람 등 아는 사람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피해사실을 알리고 싶어도 보복이나 가족의 외면에 대한 두려움 탓에 스스로 말문을 닫을 때도 있다.

 

이 때문에 아동 대상 성범죄는 피해아동이나 그 가족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기는 등 큰 후유증을 낳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아동성폭력의 근절 및 피해자 지원 대책의 일환으로 잘못된 성 인식 개선, 정부 및 지역사회의 공동노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관계 시스템 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태원 전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난과 부정적 편견이 사회전반적으로 여전한 반면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낮은 것이 문제”라며 “성범죄에 관대한 사회문화를 바로세워야 하며, 잘못된 성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성매매 업소 등 유해환경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최근 전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10대 여성이 성폭력 가해 남성에게 살해 당한 사건과 관련, 보복 범죄를 막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피해자 신변보호 및 접근금지 처분 등이 있지만 그 과정이 복잡해 실효성을 거두기는 힘들다”면서 “성폭력 사건 이후 피해자들이 또 다른 극한 상황에 몰리지 않도록 관계기관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성폭력예방교육을 확대 실시하고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광주여성민우회 김춘희 성폭력상담소장은 “모든 어른들에게 매년 성폭력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면서 “또 학교에서 성폭력예방교육을 일회성이 아닌 정규교과로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아이들이 어려움이 생겼을 경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찾도록 미리 가르쳐야 한다”면서 “이런 교육을 통해 일상 속에서 감정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하는 습관이 길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예방치료센터 김현아 사무국장은 “성폭력 피해자도 일반사람들과 같으니 그저 평범한 사람 대하듯 대해야 한다”면서 “언론이나 수사기관도 너무 구체적으로 피해자의 이력이나 전력을 공개해 사람들이 왜곡된 시선으로 피해자들을 바라보게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어 “아동기 때 성폭력을 당한 이후 공소시효가 지나면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경제적 도움 등을 받을 수 없게 돼 후유증을 털어내기 힘들다”며 “지속가능한 피해자 지원 체계가 확립돼야 신체·정신적 후유증의 치유가 가능하다”고 밝혔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