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집에 항상 사람들이 있다 보면 불편할때가 있다.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라 조용히 혼자 시간 보내기를 좋아한다. 당연히 우리집에서 그런 시간을 바라기란 조금 힘들다. 또 집에 혼자 있고싶은 날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는 법. 나는 우리 가족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아프고 힘들때 서로 도울 수 있고, 언제나 든든한 내 편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이렇게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고, 하루의 끝에 다 같이 모여 영화를 볼 가족들이 있어 참 다행이다. 나의 어머니께서 지난 며칠간 건강 문제로 병원에 입원하셨다. 일주일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지만, 어머니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졌던 한주였다. 다행이 가족들이 있었기에 빈 자리를 조금씩 나눠 채울수 있었다. 강아지들 고양이들 밥은 내가, 운전 기사 역할은 할아버지께서, 그리고 청소는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했다. 내가 없을때 내 자리를 누군가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3년간 외국에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가족의 빈자리가 느껴졌던 때였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이리도 긴 시간을 보낸 건 처음이었다. 더이상 응석 부리거나 떼 쓸 처지가 아니었다. 갑자기 철없는 아이가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바보같게도 텅텅 빈 집이 한동안 무서웠다. 학교에서 학예회를 하거나 내가 속한 동아리 공연에 오시는 친구들의 부모님이 부럽기도 했다. 그때 외삼촌이 안계셨으면 참 외로운 3년이었을 것이다. 외삼촌께서 나머지 가족들의 빈자리를 채워주셨기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제 2주만 지나면 다시 외국 생활을 한다는 사실이 조금 섭섭하기도 하다.
나 뿐만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떨어져 산다. 요즘에는 대가족도 찾아보기 힘들다. 기숙사에 머무는 학생들, 타지에서 일하시는 아버지들…솔직히 나는 약과가 아닐까? 나 하나 바다 건너가도 우리집은 여전히 붐비겠지만, 핵가족에서 아이나 아버지가 없다면 집이 꽤 쓸쓸할 것이다.
이 밤중에 왜 우리나라엔 유독 갈래 갈래 찢어져 사는 가족들이 많은지 생각해 본다. 너무나 성공적인 미래에 대해서만 생각해서가 아닐까. 함께하는 시간보다 나중을 바라보며 앞으로 달려가는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일단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하고, 같이 하는 저녁식사 보단 일과 학업이 우선이다.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학교에선 한밤중까지 보내주지 않고 회사는 야근에 회식까지. 하지만 자꾸 미루다 보면 영영 못 이룰지도 모른다. 티비에 근사한 여행지가 나올때마다 ‘나중에 시간나면 가야지’ 혹은 ‘돈을 더 벌게되면 가야지’ 하고 말만 하지 않는가? 미래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현재에 충실하는게 맞지 않을까. 사랑하는 가족들과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시간을 보내는게 중요하다. 더 늦기 전에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도록 하자(나 자신도 포함해서). 나중에 이미 떠나버린 시간을 후회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