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응급환자의 수송 또는 치료를 위한 경우’의 규정에서 ‘응급’에 대한 해석을 두고 소방서와 경찰이 충돌했다. 도로교통법 위반의 면책 사유가 되는 구급차량의 응급정도를 둘러싼 이번 논쟁은 판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매우 드문 사례로, 결정여부에 따라 향후 응급환자 이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기관은 앞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법정 소송까지 불사할 방침이어서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경찰은 기본적으로 “개인 및 공공기관에서 과태료 면책 사항을 남용하고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면책 심사의 강화는 부득이 하다”며 ‘응급’의 해석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견지한다. 이에 따라 똑같은 사안을 두고서도 소방서는 ‘응급환자를 수송하면서 생긴 불가피한 일’을 주장하며 과태료 납부를 거부하고 있는 반면, 경찰측은 ‘당시 환자의 체온상태, 병원 응급실 직원의 답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환자의 상태가 응급을 요하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과태료 면책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급차량은 응급환자나 준응급환자가 이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 응급환자나 준응급환자가 이용하는 경우는 25%도 되지 않는다. 술 먹고 신고하는 자, 속이 거북하다고 신고하는 자, 그 외 기타 응급상황이 아니지만 119에 신고하는 자 등 많은 사람들이 구급차량을 이용하다 보니 이러한 ‘가짜 응급환자’ 대한 단속을 해야 하는 경찰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응급환자 여부에 대한 판단은 당시 현장에 출동한 응급구조사 등 구급대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구조·구급출동 전에는 미리 환자의 상태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만약 출동 도중 벌어진 도로교통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 면책되지 않을 경우 응급환자 수송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밖에 없으며, 현실적으로 면책요구를 해 오는 위반 사건에 대해 경찰이 일일이 병원을 방문해 환자의 상태 확인을 한다는 것도 물리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오랜 시간 구조·구급현장에서 환자들을 봐온 구급대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