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산문〈나는 당신입니다〉

절필 선언 후 기존 발간된 책 두 권 다듬어 펴내

시인이 문학판이 아닌 재판정에서 더 각광(?)을 받는 현실은 시인 개인에게는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도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지난해 절필 선언과, 현재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의 이야기다. 안 시인은 지난해 7월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며, “30년 넘게 시를 써 왔고 10권의 시집을 냈지만, 현실을 타개해 나갈 능력이 없는 시, 나 하나도 감동시키지 못하는 시를 오래 붙들고 앉아 있는 것이 괴롭다”고 절필을 선언했다.

 

절필 선언 후 실제 그의 신작 시를 접할 수 없게 된 팬들에게 최근 발간된 산문집 <나는 당신입니다> 가 다소 위안이 될 것 같다. 10년 전 <100일 동안 쓴 러브레터>라는 제목으로 기존에 발간한 두 권을 다듬어 낸 책이다(느낌이 있는 책).

<러브레터> 는 안 시인이 평소 읽은 책에서 밑줄을 그어두고 싶은 구절들을 고르고, 그 글마다 자신의 느낌을 평지 형식으로 하나씩 서서 붙인 책이다. 이 책을 본 많은 독자들이 마치 러브레터를 한 통씩 받는 듯했다고 격려해줬으나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된 것을 이번에 새롭게 정리해서 다시 빛을 보게 됐다는 것.

 

국내외 유명 문인들의 시와 소설·산문을 중심으로, 탈무드·판소리·민요·동화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원전들을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고, 이에 대한 안 시인의 ‘느낌’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