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세계적인 브랜드다. 아직도 일부 국가에서는 대한민국은 모르지만 태권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태권도가 세계적인 무도(武道)로 성장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태권도 시범을 선보이는 기관·단체도 늘고 있다. 국기원의 경우 1974년부터 시범단을 운영하고 있고, 전북에도 상당수 태권도학과에서 시범단을 운영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태권도 시범과 태권도를 접목시킨 이종교배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석대 태권도학과를 빼놓을 수 없다. 2000년대 들어 태권도를 앞세운 하이브리드 공연에 관한한‘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고 있다.
우석대는 지난 2002년 우석대 총장기 태권도 품새 대회를 처음으로 개최했었다. 종전에는 ‘태권도 대회=겨루기’라는 인식이 컸지만, 우석대는 ‘품새’를 앞세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 대한태권도협회는 일년 뒤인 2003년에야 태권도 품새 대회를 열었고, 현재는 세계 대회로까지 성장했다.
우석대 태권도학과의 실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태권도에 스토리를 접목시키는 도전에 나선 것. 그 결과 2007년 태권도와 스토리가 결합한 ‘사랑아’를 선보이며 태권도 공연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당시만 해도 단순한 격파와 겨루기에 머물렀던 태권도 시범이 드라마적인 장치를 수혈받으면서 관중들의 눈을 한번에 사로잡았다.
더욱이 넌버벌 코믹 마셜 아츠 퍼포먼스를 표방한 ‘점프’가 미국와 영국 등에서 성공을 거둔 것을 계기로 우석대 태권도학과는 ‘태권도 공연의 산업화’에 주목하며 영역 확장에 팔소매를 걷어부쳤다. 넌버벌 퍼포먼스란 줄거리가 없는 비언어적 공연으로 정해진 줄거리와 대사 없이 리듬, 비트, 스텝만으로 무대를 이끄는 공연을 말한다.
결국 2009년 우석대 태권도학과는 익스트림 태권도 뮤지컬 퍼포먼스 ‘타타인붓다’를 내놓는다. 2010년에도 ‘태권몽키’를 선보이며 태권도 공연의 종가로 발돋움했다.
우석대 태권도학과를 제외하고 태권도 공연을 선보이는 기관·단체는 대한태권도협회와 국기원을 제외하고 전무하다. 대한태권도협회의 경우 지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선보인 ‘탈’이 대표적인 콘텐츠지만, 우석대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석대가 태권도 공연을 개척한 만큼 필연적으로 난관과 고초가 뒤따랐다. 무엇보다 ‘무도인이 어떻게 광대가 되느냐’는 삐뚤어진 시선을 바로잡아야 했고, 이종교배에 따른 시행착오도 떠안아야 했다.
우석대 태권도학과 최상진 교수는 “태권도 아트 포퍼먼스의 뼈대를 만들면서 마음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면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공연콘텐츠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 '안중근' 연출 박진수 교수·이정아 감독 "이제는 공연콘텐츠 개척자"
“연습기간에는 물론 공연에 나서면서 ‘제발 배우들이 다치면 안된다’는 조바심을 잊지 않았습니다. 관객들의 탄성이 커질수록 배우들의 액션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고, 덩달아 부상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다행히 큰 사고 없이 1차 공연이 마무리돼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파랑새의 꿈 안중근’의 일등공신은 연출·안무를 맡은 우석대 태권도학과 박진수 교수(36)와 태권도시범단 이정아 감독(28)이다.
박진수 교수는 “관객들의 엔돌핀을 자극하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밤을 하얗게 지새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면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어디에서도 통할 수 있는 공연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더욱 주력하겠다. 이정아 감독은 “그동안 태권도인으로 살았다면 이제는 공연콘텐츠 개척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대를 졸업한 박진수 교수는 지난 2009년부터 우석대와 인연을 맺었으며, 올해 교수로 임용됐다. 중학교 시절부터 최상진 교수의 제자인 이정아 감독은 전북체고와 우석대를 졸업했다.
● 최상진 우석대 태권도학과장 "문화콘텐츠 최전선 자부심"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세상에 없던 공연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산고나 다름 없습니다. 그런 만큼 보람도 큽니다. 이제는 태권도·무용·드라마가 어우러진 태권도 아트 퍼포먼스라는 신조어가 익숙해지고, 한발 더 나아가 제2의 한류로 발돋움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우석대 태권도학과 학과장인 최상진 교수(48)는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부쩍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각광받고 있다”면서 “우석대 태권도학과는 그동안 역동성과 혁신을 강조하며 새로운 영역을 넓혀왔다는 점에서 퍼스트 무버인 셈”이라고 소개했다.
최상진 교수는 “조만간 학교기업을 설립해 탄탄한 수익구조를 구축하고 학생들의 취업문도 넓힐 것”이라며 “앞으로도 태권도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문화콘텐츠의 최전선에 서있다는 자부심을 앞세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