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에 숨겨진 진실 파헤치다

전주출신 김종록 장편소설 〈붓다의 십자가〉 출간

▲ 김종록 씨

역사담론과 한국문학의 원류를 찾는 데 천착해온 소설가 김종록 씨(51)가 장편소설 <붓다의 십자가> 로 돌아왔다(감영사). 시대를 초월하는 인문정신과 문학, 역사, 철학의 융합을 시도해온 작가는 몽골군의 말발굽에 처참히 유린되던 상황에서도 대대적인 판각불사를 벌여 오늘날 세계문화유산이 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판에 주목했다.

 

“해인사 장경판전은 천 년의 숨결이 흐르는 나무도서관입니다. 2010년 판전을 취재하면서 오래된 경판들이 내게 말을 걸어왔으며, 그 속삭임은 수천, 수만의 음성이 되어 나를 들볶았고, 그 시절을 날아다녔습니다.”

 

소설은 격동하는 역사 속에서 사라진 초조대장경의 숨겨진 진실과 새로운 경판사업 이면의 감춰진 이야기를 추적한다.

 

하나의 진리를 지키려는 자와 또 다른 구원을 꿈꾸는 자의 쫓고 쫓기는 대결, 고려 최대 국책 프로젝트 팔만대장경에 새겨진 낯선 상징과 이교도의 것으로 보이는 괴이한 문장을 두고 벌이는 전쟁, 진정한 구원과 이상세계를 찾아가는 모험을 그린 대장경의 미스터리 소설이다.

 

저자는 이 소설을 위해 3년간 집요하게 사료를 파헤치고 소설의 현장인 강화도와 부안 변산반도 일대를 누볐단다.

 

소설의 중심에는 팔만대장경에 고대 동방기독교인 경교 관련 내용이 포함될 수 있었다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도발적인 소설 제목인 <붓다의 십자가> 도 이런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뒀다.

 

작가는 1956년 불국사에서 발견된 돌 십자가나, 발해의 수도였던 만주 훈춘에서 발견된 가슴에 십자가 문양을 단 삼존불상 등을 들어 터무니없는 가설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이 소설을 ‘팩션 소설’로 분류했다.

 

대장경에 경교 문헌들을 담았다면 대장경의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라고 작가는 작품 후기에서 아쉬워했다.

 

“진리의 등불을 전하기 위해 별을 보고 눈을 밟으며 동쪽으로 온 사람들, 그 기억을 찾아 서쪽으로 간 사람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경전을 목판에 새겨 후세에 남기려 했떤 고려 지성들에게 바치는 찬사입니다.”

 

김 씨는 전북대 국문학과와 성균관대 한국철학과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소설 <풍수> <장영실은 하늘을 보았다> <달의 제국> 과 산문집 <바이칼> <근대를 산책하다> 등을 냈다. 1987년 <파수병 시절> 로 삼성문학상을, 1988년 장편소설 <칼라빈카> 로 불교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