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거장전' 용두사미되나

전북도립미술관, 고흐·모네 등 작품 '그림의 떡' / 獨 막스 리버만 작품 중점…졸속 기획 빈축

전북도립미술관이 야심차게 준비한 인상주의 거장전이 당초 계획보다 축소돼 진행된다. 지난 2012년 처음으로 실시했던 거장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졸속 추진을 방지하기 위한 기획력 제고가 요구되고 있다.

 

도립미술관은 23일 개관 10주년 특별전인 ‘빛의 화가들, 인상파’전을 9억 원(도비 8억, 도교육청 1억)의 예산 규모로 독일 베를린의 막스 리버만 빌라와 무터 푸라제 갤러리,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의 슈투트가르트 주립미술관과 칼스루헤 주립미술관 등의 작품으로 공수해 오는 10월23일부터 내년 2월22까지 전시를 연다고 밝혔다.

 

이 전시는‘인상주의 가든(Impre ssionist Gardens)’이라는 표제어로 막스 리버만의 작품에 중점을 두고 프랑스 출신의 인상주의 유명 화가 작품과 함께 80~100여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기존에 알려진 프랑스 인상주의가 아닌 독일 인상주의 미술을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막스 리버만 빌라에 있는 막스 리버만의 작품 20점과 다른 인상주의 소장품, 인근 무터 푸라제 갤러리에서 14점을 확보한 상태다.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은 슈투트가르트주립미술관의 소장품 가운데 대여가 가능한 5∼7점을 4월께, 칼스루헤주립미술관의 작품 5점은 5월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도립미술관은 모네·피사로 등의 작품 대여를 희망하지만 가능 여부는 미지수다.

 

나머지 그림은 현지 전시기획자를 통해 모네, 르누아르, 마티스, 클림트, 에밀 놀데, 키르히너 등의 작품을 섭외할 복안으로 오는 5월 말께나 전시 작품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는 당초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인상주의의 주요 작품으로 구성한 전시안과는 차이가 크다. 전북도와 독일 바이에른주의 친교를 위해 그 지역의 대표 주립미술관인 알테·노이에·모던 피나코텍의 소장품 가운데 100여점의 대여를 구상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대신 인근 지역의 주립미술관과 베를린의 사설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공수하면서 고흐의 ‘해바라기’와 세잔의 ‘장롱이 있는 정물’, 모네의 ‘수련’ 등 인상주의 작품뿐 아니라 렘브란트, 루벤스, 뒤러, 브뤼겔와 같은 거장의 작품은 결국 ‘그림의 떡’이 됐다. 예산 규모와는 별개로 대여를 위한 협의 기간이 촉박한데다 인적 네트워크의 부재 등이 겹쳤다는 풀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 2012년 10월에 개최한 세계미술거장전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전을 재탕하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이 전시도 본래 ‘밀레에서 피카소’전으로 추진됐지만 유럽지역 미술관의 소장품은 비용 문제로 대여를 하지 못했고 결국 남미 베네수엘라의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급선회하면서 이뤄졌다. 전시된 130여점 가운데 피카소는 16점, 샤갈 7점 등이었고 대부분 석판화, 동판화 위주였다. 당시에는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첫 세계거장전을 치러 호평을 받았지만 올해는 두 번째 거장전을 실행하면서 경험 미숙이라는 명분도 약해졌다.

 

지난해에는 로댕, 부르델 등 근대작품과 영국 YBA(Young British Artists)의 데미안 허스트 등 현대작가의 작품으로 구상했던 세계미술거장전도 전시 준비·인력 부족, 지역미술계 소외, 예산 확보 불투명 등이 지적돼 취소되기도 했다.

 

올해는 개관 10주년과 맞물려 인상파 거장전을 진행했지만 당초 계획안 대부분이 바뀌었다. 도립미술관의 기획력에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더욱이 대여처가 4곳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공항 운송비의 상승으로 예산 부족도 예상되고 있다.

 

도립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현지 사정을 고려하지 못하고 시작해, 고흐 작품의 경우 손상 우려로 외부 대여가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면서 “그동안 해외 명화 전시를 해본 경험이 없어 도민에게 유익한 작품으로 추진했지만 예산이 넉넉하지 못하기도 했고, 네트워킹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독일 측과 오는 6월 전시를 위한 최종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면서 “현지와 친교를 쌓은 만큼 차후에는 좀더 유명 작품으로 전시를 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