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채용 때 이공계 우선 심화
사실 국가적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의 먹거리는 기업들이 창출해 낸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슬픈 인문계’ 현상에는 현재의 우리 산업에 관한 몇 가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인문계는 정신을 바탕으로 한 무형의 지식을 공부의 대상으로 삼고 있고, 이공계는 하드웨어인 물질을 대상으로 삼는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산업이 지금 필요로 하는 인력수요의 양은 우리 산업의 현주소, 즉 구조적 특성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되돌아 볼 때 우리의 70, 80년대는 경영학을 중심으로 인문사회계열 학과가 인기가 있었고, 취업도 더 잘 됐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때는 우리사회가 산업화로 이행되는 과도기적 시기여서 산업화의 시스템을 만들어 내고 소요자금을 확보하는 등 정무에 관한 일이 많이 필요했고 중요했던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기가 지나고, 구체적이며 분명한 제품을 잘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이 중요해진 구조로 우리 산업이 이행되었음을 이 현상은 말해 준다. 그런 측면에서는 우리 산업이 바람직하게 발전되어 왔다는 신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산업이 한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아직 구체적 물질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조 및 가공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 내에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를 거쳐 지식기반사회에 진입하는데 성공한 유일한 나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시장 깊은 곳에서는 투자대비 고가치를 지닌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중심의 선진국 형 산업구조에는 못 미치고, 아직 많은 부분이 전통 산업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근혜 새 정부는 ‘창조경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지난해에 출범했다. 이에 대해 성과를 얻기 위해 나름대로 총력을 다 하고 있다. 예산도 확보하고 미래창조과학부와 같은 새로운 정부기구도 만들었다. 선진국의 산업을 모방만 하던 기존의 경제 패턴에서, 창의적 변화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그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없다는 정부의 주장은 타당하다.
다만 간과하고 싶지 않은 것은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직까지 우리 대부분의 국부는 전통적 산업에서 나온다는 엄연한 현실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많은 사람이 더불어 사는 국가에서는, 지향점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이행과정도 중요하다. 그러므로 창조경제를 지향은 하되 전통산업에 대한 기술개발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매사에 균형 잡는 일 중요
철지난 전통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너무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의식돼 한마디만 덧붙이고 싶다. 즉, 전통산업이 아직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현실과 창조경제의 중심인 지식융합산업 등에서 성과를 내고자하는 현 정부의 이상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황금률을 현 시점에서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세상일에는 매사 균형을 잡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양단 사이에서 조화로운 배분 점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고려 및 조선조를 걸친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최고 인재를 양성했던 교육기관의 명칭이 “균형을 이루다”는 ‘성균(成均)’이었다는 점은 되새겨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