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부산 답사 길에 ‘문화 알박기’란 용어를 처음 들었다. 부산 중앙동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의 김희진 운영지원센터장이 꺼낸 용어다. ‘또따또가’는 관용과 배려, 문화적 다양성을 뜻하는 ‘똘레랑스(Tolerance)’의 ‘또’와 따로 활동하지만 또 같이 활동한다는 의미의 ‘따또’, 거리나 지역을 나타내는 한자 ‘가(街)’를 결합한 조어다. 부산시는 2010년부터 부산시 중구 중앙동과 동광동 일대에 원도심 창작공간 조성 운영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으로 조성된 창작공간 이름이 ‘또따또가’다. 2012년까지 3년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2015년까지 연장되어 2차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성과가 있다는 증거다.
‘또따또가’는 같은 목적으로 조성된 수많은 예술창작촌 중에서도 성공한 으뜸 사례로 꼽힌다. 관이 주도한 창작촌으로서는 특히 그렇다. ‘또따또가’에는 350여명 작가가 입주해있다. 더러는 단체나 협업, 더러는 개인 창작을 위한 공간이다. 적지 않은 예술인들이 밀집해 있는 창작공간이지만 예술의 옷을 입고 화려하게 변신한 문화예술 거리나 창작촌과는 다르다. 당초부터 이 일대 빈 건물 안의 사무공간을 작가들의 창작공간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였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외연만으로 보자면 있는 듯 없는 듯, 낡은 거리와 낡은 건물 곳곳에 창작실이 숨어있는 것이 ‘또따또가’의 전부다. 그런데도 지금 ‘또따또가’는 큰 어려움에 처해있다. 비어있던 건물이 창작공간으로 바뀌고 유명세를 타면서 건물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임대료 상승 부담은 이 거리를 지켜온 상인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안겨 이주하거나 폐업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문화알박기’다.
‘또따또가’가 중요한 사업으로 내세운 ‘문화알박기’는 이 일대 중요한 지점에 있는 건물을 매입해 원도심의 문화를 지키자는 취지다. ‘또따또가’가 처한 현실은 모든 원도심 창작공간이 안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또따또가’의 용기 있는 실험이 성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