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경기장 개발, 체육인 합의가 우선

▲ 라혁일 전 전북도체육회 사무처장
지금의 전주 종합경기장이 덕진동 일대에 들어선 것은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북이 사상 처음으로 1963년 제44회 전국체육대회를 유치하면서 지역 최초 종합경기장이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자 도민들 성금과 어린 학생들의 모금으로 역사적인 종합경기장이 세워진 것이다.

 

종합경기장은 도민들에게 많은 추억을 가져다준 곳이기도 하다.

 

축구 등 각종 대회가 열릴 때면 자리를 잡기위해 이른 아침부터 경기장에 나오는 게 일쑤였고 돈이 없어 친구들과 함께 몰래 담을 넘어 구경을 했던가 하면 첫 야간 경기 조명탑이 세워진 후 깜깜한 밤하늘은 솟아오르는 궤적은 경이로움 자체였다. 또 죽기 살기로 응원하다 그만 목이 잠겨 며칠간 고생했던 일 등등…. 그만큼 전주 종합경기장은 도민들에게 삶의 애환이 깃든 곳이다.

 

요즘 이곳은 주말과 휴일이면 수천대의 차량이 주차장을 빼곡하게 메울 정도로 도심 속 만남의 장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침저녁에는 수백 명의 전주시민들이 생활 체육의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오랜 추억을 간직한 전주 종합경기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전주시가 현재의 종합경기장 부지에 컨벤션센터 건립을 핑계로 초대형 쇼핑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종합경기장이 사라진다면 그곳은 자주 찾았던 우리의 윗세대와 그곳의 흙을 밟고 청춘을 불살랐던 도민들에겐 더 이상 자신들의 추억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게 되는 서글픈 현실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컨벤션센터 건립이 추진된 배경은 이러한 시설들이 없어 국제회의와 국제행사의 불모지로 전락해 자칫 관광 산업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어느 시청 관계자는 신문지면을 통해 각종 대규모 행사유치 시 사전 홍보활동이 필요하지만 매번 숙박시설 등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형 컨벤션센터 건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금 이런 분위기라면 전주 종합경기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초대형 쇼핑센터와 컨벤션센터를 건립하는 것은 큰 어려움 없이 추진될 듯하다.

 

하지만 수백억이상이 소요되는 컨벤션센터가 완공되더라도 대규모 행사가 1년에 몇 번이나 열리는데 꼭 필요한 것인지?

 

꼭 필요하다면 전주 근교 여유 있는 공간의 장소를 선택하는 게 어떨지 한다. 또한 컨벤션 건립을 도민들과 체육인들과의 충분한 교감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컨벤션센터 건립이 추진되기 전에 도내 체육인들과 만나 대체 경기장을 어떠한 방식으로 조성할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주 종합경기장은 꼭 허물어야 할 일이라면 대체 경기장은 어느 곳에 어느 정도 규모로 조성할 것인지 등에 대해 알찬 이야기를 시작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