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가뭄 건축사 '제살 깎아먹기' 경쟁

인원 느는데 물량은 급감 경영난 심각 / 예전 절반 가격에 설계 수주 시장 교란

도내 건축사 업계가 건설공사 물량 부족 속에 최소 사업비에도 못 미치는 설계 수주 출혈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속칭 ‘설계 단가 후려치기’로 평균 설계비가 전체적으로 낮아지면서 건축사무소 운영난은 물론 저가 설계에 따른 단조롭고 획일화된 건축 설계도 우려되고 있다.

 

1일 전라북도건축사협회에 따르면 협회에 가입된 회원은 325명으로 비등록 회원 50여명을 합하면 모두 375여 명의 건축사가 도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0년 270명에 비해 4년 사이 105명이 증가했지만 건축 물량은 오히려 급감하고 있어 업계 간 눈치 보기 저가 수주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오랜 경영난을 겪은 일부 건축사들이 업계의 공인가격처럼 유지되어온 설계비용 평균 단가인 3.3㎡(1평)당 8~9만원을 깨고 절반에도 못 미치는 4~5만원의 저가 설계 수주로 건축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통신과 설비, 소방, 전기, 구조물 등의 외주용역비를 제외하면 이윤은 30% 이하로 사무실 운영비조차 마련하기 버거운 실정이라는 게 건축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굵직한 규모의 공사 또한 대형건설사와 컨소시엄으로 들어온 외지 건축사들이 독식하기 일쑤로 도내 건축사들은 소규모 단독 주택의 대수선이나 용도변경 등의 공사에 매달리고 있다.

 

이 같은 저가 설계 수주는 도내에 원룸 신축 붐이 일면서 가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개인 건축주가 여러 개의 원룸을 한 번에 짓는 과정에서 일부 건축사에게 설계비를 4만원으로 대폭 낮춰줄 것을 요구, 이 같은 일들이 정형화 됐다는 것.

 

더욱이 이 같은 상황속에 한 달 평균 1건의 설계도 맡지 못하는 건축사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으며, 다수의 건축사가 건축사협회 회비도 미납하는 등 도내 건축사 업계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속병을 앓고 있다.

 

도내 한 건축사는 “건축업계도 건설업계처럼 지역업체 공동도급을 통해 지역업체를 보호하는 자치법규 마련이 필요하다”며 “부실 설계와 획일화된 설계 구조를 막기 위해서는 협회차원의 자정과 함께 정부차원의 제도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