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트럭과 송파 세 모녀

▲ 김성주 국회의원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소속한 보건복지위에서 복지사각지대해소를 위한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었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공범이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기초생활보호자 부정수급문제를 ‘비정상의 정상화’로 보고 척결하라고 목청 높여 외쳐온 박근혜대통령도 짧은 유감을 표시했다. 돈이 없어서 죽어가는 사람에게 스쳐가는 관심을 표시한 것이다. 그 후 쳐부셔야 할 암덩어리로 지목한 규제개혁 ‘쑈’에는 장장 7시간이나 TV로 생중계하면서 ‘잠깐만요’를 연거푸 외치며 매달렸다.

 

규제만 풀면 모든 게 해결될까

 

과연 정부규제가 경제활성화의 걸림돌이라 경제규제만 풀면 기업은 투자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국민들은 소비를 늘리게 되는가. 마치 규제가 모든 것의 원흉이고 규제만 풀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들렸다.

 

그러나 놀이공원에 푸드트럭을 허용하면 기존에 식당을 여는 사람들은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결국 트럭을 개조해 음식차량을 만드는 기업은 돈을 벌겠지만 노점과 동네식당은 먹고 살기 힘들어질 것이다.

 

프랑스대혁명기 ‘빵을 달라’는 군중들에게 그럼 ‘케익을 먹으면 되지’라고 얘기했다는 ‘마리 앙트와네트’처럼 ‘다쳐서 식당에 나가서 돈을 벌 수 없다면 푸드트럭이라도 몰아야지’라고 얘기했을 지도 모른다.

 

송파 세 모녀는 규제 때문에 비극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그들이 살아갈 권리를 아무도 제공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이웃을 돕는 것이 나라의 의무라고 알려져 있다면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을 것이다. 단지 홍보가 부족해 그런 것이 아니다.

 

절박한 마음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면 부정수급자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고 꼬치꼬치 캐묻게 되니 선뜻 주민센터를 찾아가기 어려운 것이다. 막상 신청하면 이 조건 저 조건에 맞지 않아 결국 낙담하는 사례를 흔히 보아왔다.

 

필요한 규제는 지키고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야 한다.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과 저축은행 사태 등은 무차별적인 규제완화로 발생된 대표적인 피해사례이다. 국민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는 더 강화되어야 한다. 대형마트 영업시간제한은 재벌마트에겐 돈 벌 자유를 방해받는 것이겠지만 골목가게에겐 땀 흘려 일해 먹고 살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다.

 

손톱 밑 가시를 빼내는 규제완화에 앞서 자유로운 경쟁을 가로막는 독점철폐가 우선이다. 특정대기업에 이익을 주기 위해 학교 옆에 호텔 건축을 허용하면 모든 학교는 러브호텔에 둘러싸일 것이다. 돈이 있다고 ‘황제노역’처럼 자상한 친절을 범죄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 범죄자에게 걸핏하면 특별병동에 입원시키는 것도 규제해야 한다. 특권과 특혜는 엄하게 규제해야 한다.

 

남의 자유 침해하는 행위는 규제해야

 

그러나 우리사회는 규제해야 할 것은 풀어주고 거꾸로 보호해야 할 것은 방치하고 있다.

 

사거리에 교통신호등이 없다면 서로 먼저 빠져나가려는 차들로 뒤엉켜 엉망이 될 것이다. ‘신호등’을 없애려면 먼저 진입한 차가 먼저 우선권을 갖는 ‘회전식 교차로’와 같은 대안이 있어야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의 대가〉에서 “규제는 경쟁을 보장하고, 힘의 남용을 막고,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규칙이다. 규제가 없으면 각양각색의 시장 실패가 만연한다.”고 주장한다.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규제는 없애고 남의 자유를 침해하는 난폭한 행위는 당연히 규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