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교사 채용 명암 (상)공동·위탁전형 문제점] 일부학교만 참여·출제기준 없어 혼선

전북교육청, 사학 비리 근절 위해 전국 첫시도 / 공립과 임용 시험일 같아 응시자 실력 떨어져

전북교육청은 올해 처음으로 사립학교법인협의회와 함께 사립학교 중등교사 선발시험을 추진했다. 이 같은 공동전형은 전국 최초로 시도됐다는 점에서 교육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에 이번 사립학교 교사 전형 결과를 곱씹고, 전북지역 사립학교 교원 채용의 현주소와 문제점·대안 등을 가늠해 본다.

 

완주의 A고교 이사장·교장 등 5명은 지난 2009년 12월 교사 채용의 대가로 금품을 받은 의혹이 제기돼 물의를 빚었다. 이들은 2007년 1월 컴퓨터 교사 자리를 원하는 부모로부터 7000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006년에도 전주 B고교 법인 설립자의 측근이 2~3년 간 교사 채용 대가로 3~4명에게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사립학교는 학교장 등 주요 보직을 이사장의 가족·친인척들이 맡으면서 부정 채용 등 비리 의혹이 끊이질 않는다는 오명에 시달려왔다. 사학 관계자들은 “일부 학교의 비리로 공교육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절대 다수의 사학이 비리의 온상으로 비쳐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전북을 비롯한 전국 사립학교의 ‘제식구 뽑기와 감싸기’가 심각하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중론이다.

 

전북교육청은 올해 처음 사학인사의 투명성·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립학교 교사 공동 전형을 실시했다. 6개 사립학교 중등교사 원서접수 결과 15명 모집에 467명이 지원해 평균 31.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군산제일중·고(경암학원), 신태인중·고(신태인학원), 태인중·고(태인학원), 고창여중·고(학산학원), 진경여중·고(진경학원), 영선중·고(무송학원)는 공동본부에서 출제된 시험과 법인별 실기·면접 등을 거쳐 5개 교과목 15명을 선발했다.

 

이와 함께 전북교육청에 교사 임용시험을 위탁한 사대부고·영생고(신동아학원), 한국마사고(월곡학원) 등 3곳의 경우 13명 모집에 141명이 지원, 평균 경쟁률이 10.8 대 1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의 공동 전형·위탁은 당초 취지를 살리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사립학교만 참여한 데다 학교 간 교사 채용의 만족도도 낮았기 때문이다.

 

특히 공동 전형의 경우 교육청, 사립학교법인협의회, 학교법인 등이 추천한 심사위원 30여 명이 가이드라인 없는 시험 출제로 혼선을 겪었으며, 군산·정읍 권역별로 시험이 각각 진행되면서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위탁 전형도 공립 임용시험과 사립 임용시험이 동시에 치러지면서 경쟁력 있는 교사들의 공립학교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물리·역사 과목 응시자의 경우 전원 과락을 받았으며, 합격자도 공립 교사와 10점 이상 격차가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임용시험 위탁 고교 3곳은 당초 13명 모집을 공언하고도 6명 선발에 그치는 등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전북교육청이 사학을 3년 넘게 설득하고도 준비 소홀로 등을 돌릴 빌미를 제공했다며 철저하게 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사립학교 교장은 “실력있는 교사를 뽑기 위해 교육청에 시험을 위탁했지만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오히려 사립학교 자체에서 뽑는 것이 더 경쟁력 있을 것”이라면서 “또 학교의 건학이념이기도 한 종교적 신념을 배제하고 선발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교육청의 위탁 전형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