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희망] 4살 손자 홀로 키우는 전주 60대 할머니

3년 전 외아들 잃고 생활비 감당 힘들어 / "마음의 그늘 대물림 안되게"

   
▲ 홀로 손자를 키우고 있는 최모씨가 애처로운 눈길로 손자를 바라보고 있다.
 

전주에 사는 최모씨(66·여)에게 손자(4)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혈육이다.

 

3년 전부터 홀로 손자를 키우고 있는 최씨는 손자가 어린이집에 가고 난 후가 되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다.

 

아직 손이 많이 갈 때라 모든 시선이 항상 손자에게 가 있기 때문.

 

최씨는 요즘 들어 손자가 자꾸 병치레를 해 더 애가 탄다.

 

게다가 문득문득 손자의 얼굴 한켠에서 죽은 아들의 그림자를 볼 때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며 눈물로 날을 지새우기 일쑤다.

 

하나뿐인 아들은 3년 전 최씨 곁을 떠났다. 며느리가 돌도 되지 않은 손자를 남겨두고 떠난 뒤부터 아들은 매일 술만 마시며 폐인처럼 살다가 심장마비로 숨졌다.

 

“며느리가 떠난 충격 때문인지 아들이 밥도 먹지 않고 술에만 빠져 살았어요. 건강하던 아이가 한순간에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죠.”

 

당시 최씨는 자신의 몸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슬퍼하던 끝에 고질적인 관절염과 고혈압이 더 심해지면서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처지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었다.

 

부모 얼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손자가 있었기 때문.

 

아들을 애써 가슴에 묻고 다시 일어선 최씨는 손자를 아들의 분신처럼 여기며 지극 정성으로 키워왔다.

 

하지만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탓에 손자에게 해주고 싶은 것의 반도 해주지 못하고 있어 항상 마음이 괴롭다.

 

“아이가 커갈수록 돈 들어갈 때가 많아요. 어린이집 원복도 맞춰주지 못하는 못난 할미 때문에 손자가 기라도 죽을까봐 걱정돼요.”

 

최씨는 아픈 몸과 고령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처지다. 그래서 매번 생활비와 교육비를 감당하기 힘들다.

 

기초생활수급비 및 양육비 명목으로 매월 70만원 남짓을 정부로부터 받고 있지만 이것저것 쓰고나면 남는 게 없다.

 

“우리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 더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부모 세대의 어두운 그늘이 아이에게까지 옮겨가는 것을 보고 싶진 않아요.”

 

최씨에 대한 후원·봉사는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063-903-0638)와 후원계좌(농협 301-0116-9695-71)를 통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