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할 새정치민주연합이 꼭 그런 모양새다. 기초선거 공천 문제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대 국민 약속인 무공천을 실천하라는 데도 새누리당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반면 당내에서는 무공천을 철회하라고 야단이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새정치의 시작인데 이를 번복할 수도 없고, 밀어부치자니 수도권 선거 패배가 뻔할 것 같다. 영락 없이 놓자니 깨지고 들자니 무거운 꼴이다. 그래서 무공천 공약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과 회담을 요구했더니 돌아온 건 침묵, 가타부타 말이 없다.
땅바닥도 가면 길이 된다는데 가버릴까 말까, 갈 수 없는 길은 길이 아니라는데 가야 할까 말까.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위원장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어려운 때일수록 정공법을 택할 일이다. 무공천 철회는 가서는 안될 길이다. 대선 공약과 전 당원 투표를 통한 결정이었고, 신당 합당과 새정치의 제일 명분으로 내건 슬로건을 뒤집어 엎는 건 그야말로 이현령 비현령식 헌정치 그것이다. 국민불신이 당내 저항보다 더 클 것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정야정(政也正)’이라고 했다. 정(政)의 의미는 곧 정(正)이고 잘못을 바로잡는(正) 일이 곧 정치(政)라는 것이다. 나아가 정치의 본질은 최고 지도자부터 스스로를 바르게 하는 데에 있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약속을 실천하지 않는 지도자, 조그만 이익 앞에 약속을 내팽개치는 정당은 선거에서 좋은 먹잇감이다. 이를 사냥할 전략에 몰두하지는 않고 무공천을 하면 새누리당이 싹쓸이(수도권)할 것이라고 지레 겁부터 먹고 나서는 것은 패배주의다. 자신을 바르게 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남을 바로잡겠다는 것인지 원∼.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