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화예술가-극작가 김정숙 씨 "누구나 겪을 법한 소소한 일상 무대화"

고교시절 연극 동아리 인연 창작극회서 배우 활동 / 현재 극단 무대지기 대표로 극작과 연출로 지평 확대

   
▲ 극단 ‘무대지기의 김정숙 대표가 미소를 짓고 있다.
 

연기에서 극작·연출까지 지평을 넓힌 극단 ‘무대지기’의 김정숙 대표(38). 그는 지난 1월14일에서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959-7번지’로 공연을 펼쳤다. 지역 극단이 예술극장 소극장을 정기 대관한 사례가 드물어 도내 연극계에서 화제가 됐다.

 

김 대표는 “비수기인데도 공연 기간 2주 동안 객석이 거의 찼었다”며 “편견 없이 우리 작품을 평가받고 싶은 마음에 예술극장 소극장을 신청했는데 이전 수상 경력이 좋은 평가를 받아 당시 공연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명한 극작가인 김정숙 씨의 작품인 줄 알고 관람한 사람들도 있어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공연이 호평을 받아 만족스러웠다”고 덧붙였다.

 

‘959-7번지’는 가족극이다. 김 대표는 주변에서 겪을 법한 일을 무대에 올린다.

 

그는“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주변 이야기로 장점이자 한계이다”면서도 “대부분 사람들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데 무대 위에서 소소한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삶이 얼마나 가치있는지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품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20년간 연극인으로 살아온 그에게 연극은 일상이다. 고교시절 연극 동아리 활동이 기화였다. 졸업 뒤 창작극회에 입단해 본격적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형식적인 동아리로 앉아서 책을 보는 게 전부였습니다. 2학년 때 담당 선생님이 바뀌면서 축제 때 공연을 해보자는 목적으로 기린극회 소속 단원으로부터 별도로 연기를 지도받았어요. 그때 활동했던 또래 가운데 너댓명이 같은 업계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003년 8월 무대지기의 전신인 좋은연극만들기추진위원회를 결성해 동료들과 1년에 1번씩 무료공연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거창한 이름었습니다. 2006년 극단으로 가느냐 동아리로 남느냐에서 창단을 선택했습니다. 그해 8월에 ‘무대지기’로 이름을 바꾸고 창작극 위주의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극단은 유지를 위한 단체가 아닌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만큼 수익을 남기지 않고 대부분 재투자한다”면서 “기존 작품이라도 재각색으로 더 좋은 극을 만들어 새로운 재창작을 하는 게 우리 극단의 색깔이다”고 들려주었다.

 

극작을 하며 스스로를 치유한다는 그는 고등학교 아이들에게 연극을 가르칠 작품을 고르다 직접 대본을 쓰게 됐다. 중학교 때 글을 써서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걸 좋아했다는 그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극작에 나선다.

 

이후 지난 2010년 6월 제28회 전국연극제에서 안세형 연출의 ‘눈 오는 봄날’이 대통령상, 희곡상, 연출상,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이어 연출까지 겸해 지난해 4월 제29회 전북연극제에서는 ‘959-7번지’로 우수작품상, 연출상을 수상했다.

 

그는 “글은 마음과 손으로, 연기는 감정과 몸으로 표현 방법만 다를 뿐이다”며 “깊이를 더하는 일이 숙제로 단순한 이야기보다는 한 인물이 형성되는 상황을 좀더 세밀하게 그려 본질을 찾는 작품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쌍둥이 엄마이기도 한 그가 꾸준히 작업을 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는 가족의 든든한 지지다.

 

“시아버님은 연습 때마다 회식비도 주시고, 지인을 제 팬으로 만들어 주시기도 하셨어요.”

 

오는 6월 ‘눈오는 봄날’을 다시 공연하는 그는 “기억에 남는 1개의 작품을 남기고 싶다”며 “현재는 이를 위한 연습으로 좀더 훌륭한 연출자와 무대지기의 브랜드가 되는 대표작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정숙의 작품은 괜찮다’ 라는 말을 듣고 싶다”며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누구나 공감해 추천을 고민하지 않는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