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강화·지역작가 육성 절실"

마당 수요포럼…개관 10돌, 전북도립미술관 방향모색

   
▲ 사진 왼쪽부터 신동희 큐레이터, 이진철 학예연구사, 장경화 학예연구관, 박인현 학장, 이흥재 관장.
 

개관 10주년을 맞은 전북도립미술관에 전문성 강화와 지역작가 육성, 사업의 선택과 집중 등이 주문됐다. 이는 사회적기업 마당이 ‘개관 10주년, 전북도립미술관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지난 16일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공간 봄 세미나실에서 마련한 제135회 수요포럼에서 제언됐다. 이날 이세영 문화저널 편집팀장의 사회로 박인현 전북대 예술대 학장, 신동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큐레이터, 이진철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이흥재 전북도립미술관 관장, 장경화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 관람객 대표 한지영 씨가 패널로 참여해 3시간 가량 열띤 논의를 이어갔다. 이들은 도립미술관이 도청의 사업소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열악한 예산·인력으로 작품 수집과 보존 연구, 기획 전시, 교육 기능을 수행하는데 한계를 재인식하고 이를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도립미술관의 역할과 나가야 할 방향 등 토론회의 주요 쟁점을 정리했다.

 

△전문성 강화 절실

 

도립미술관의 학예 인력은 4명으로 인력난을 타개하고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술관의 첨병인 이들의 전문성이 요구됐다.

 

지역미술관의 효시가 된 광주시립미술관의 장경화 학예연구관은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학예원의 숫자가 달라지는데 현실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만큼 한국의 문화사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과 성과를 갖춘 사람이 들어와야 하고, 미술관에서도 재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며 “큐레이터의 덕목은 돈을 안 들여 작품을 대여하고, 유명 강사를 섭외하는 능력이다”고 강조했다.

 

이진철 학예연구사는 “행정기관에 예산과 인력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지난한 얘기로 독일의 사례처럼 대학 인력 또는 외부 전문가와 미술관이 협력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정된 예산 안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을 실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장경화 학예연구관은 “우리 미술관은 위상 제고와 연구성과 등을 위해 연간 전시 횟수를 10회에서 5회로 줄여 예산을 집중한다”면서 “1개를 하더라도 질을 좀 높이면 지역에서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질적 제고의 중요성을 짚었다.

 

그는 이어 “교육·전시·레지던시 등은 숫자를 줄여서라도 알차게 해야한다”며 “처음부터 한꺼번에 다 요구하기 보다는 여건을 만들어 조금씩 늘려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진철 학예연구사는 “예산 부족을 메우기 위해 부산시립미술관은 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특정 강좌는 금액을 올리고, 필요에 따라 자치단체가 별도 투자를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수집·전시의 지역성 확보

 

지역 미술관으로서의 역할론 공방도 오고갔다. 소장품 구입 과정의 기준과 지역 작가에 대한 정의를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연간 2억 원 규모로 이뤄지는 도립미술관의 소장품 구입 절차에 대해 이흥재 관장은 “공모 방식은 젊은 작가들이 발빠르게 대응, 여기에 빠진 원로작가는 학예실 추천으로 한다”며 “잡음이 많아 지난해부터 심사위원을 인력풀제로 했고 7~9명 가운데 대부분은 도외 사람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른 축으로 석지 채용신 작품을 중심으로 초상화 소장품을 특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작가를 대표해 참석한 박인현 학장은 “작고 또는 현존 작가의 작품 구입 기준이나 규정이 애매한 만큼 공개적인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으면 형평성 문제가 남는다”며 “지역 작가에 대한 자료를 구축하면 이를 바탕으로 우선 순위를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출생지, 성장지, 활동 근거지 등에 따라 지역 작가의 분류가 달라져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채용신의 초상화와 지역성의 연계는 의문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소장품 구입 절차에 대해서는 광주시립미술관이 참고 사례로 소개됐다. 미술관이 구입 방향을 설정하면 11명의 학예사가 각자 작가를 추천을 한다. 학예사들의 발표와 논쟁을 거쳐 최종 2명의 후보를 압축하고 관장이 1명을 낙점하는 방식이다.

 

도립미술관이 지역 작가에 대한 지원이 미진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도립미술관이 갖추진 못한 창작스튜디오를 마련하는데 다른 기관의 시설을 이용하는 전향적인 복안도 나왔다.

 

신동희 큐레이터는 “최근 2~3년간 도립미술관의 기획 전시 가운데 도내 미술인이 적었으며, 신진 작가인 20~40대는 거의 포진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장경화 학예연구관은 “작가가 거주하면서 작품활동을 하는 레지던시도 시설이 없다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지역작가 육성을 위해 시설을 끌어들여야 한다”며 “최근 광주시립미술과은 중국 상해의 사립미술관인 히말라야미술관과 큐레이터·작가 교류를 위한 MOU를 맺어 그쪽 시설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지역민, 지역 작가와의 신뢰 구축

 

도립미술관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담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지역 미술계도 이에 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인현 학장은 “도립미술관이 지역의 대표 미술관으로 지역 작가와의 신뢰를 구축해 미묘한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경화 학예연구관은 “지역 미술계도 한 목소리를 내 미술관의 인력·예산 확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공공미술관의 공통 문제인 정치로부터의 자유도 이뤄야 한다”고 피력했다.

 

더 나아가 향후 공립미술관의 역할도 그려졌다.

 

이진철 학예연구사는 “선택과 집중, 공유와 소통,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면서 “지역 작가가 곧 문화상품이 되는 만큼 문화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환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공공성을 유지하되 비즈니스를 위해 기업경영을 벤치마팅하는 부분도 해결해야 한다”고 보탰다.

 

이흥재 관장은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 자료 구축, 창작스튜디오 마련 등의 과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