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이전 앞둔 농촌진흥청 라승용 차장 "전북에 세계적 농업연구 메카 건설, 이제 시작"

본청·국립농업과학원 7~8월 이전 완료 / 국가 성장동력으로서의 농산업 육성 주도 / 신품종 개발·적용 시험…지역 발전 기대

   
▲ 라승용 차장이 농촌진흥청의 전북혁신도시 이전 의미와 향후 기대효과를 이야기 하고 있다.
 

라승용 농촌진흥청 차장은 농고 출신으로 9급으로 시작해 1급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로 유명하다.

 

오는 7월 농촌진흥청의 전북혁신도시 이전을 앞두고 수원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농진청의 이전 의미와 향후 기대효과 등을 들어봤다.

 

농진청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단장을 맡아 전북혁신도시의 농업분야 연구군 집적과 건설을 위한 기본구상을 완성한 그는 오늘의 전북혁신도시 농업생명연구단지를 만드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이다.

 

-먼저 농촌진흥청은 어떤 기관인가 설명을 부탁합니다.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국가의 기본산업인 농업의 발전과 농업인의 복지향상 및 농촌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하기 위해 농업, 농업인, 농촌과 관련된 과학기술의 연구 개발 및 보급, 농촌지도, 교육훈련, 국제협력을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농진청은 본청과 4개의 소속연구기관, 1개의 재단으로 돼 있습니다. 4개의 소속 연구기관은 농업의 기초기술을 개발하는 국립농업과학원, 식량작물에 관한 기술을 개발하는 국립식량과학원, 원예작물 및 특용작물에 관한 기술을 개발하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축산에 관한 기술을 개발하는 국립축산과학원 등이며, 각 연구기관에서 개발된 기술의 산업화·실용화를 촉진시키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있습니다. 정원은 정규직만 1856명인데 그 중 연구직이 1094명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행정직, 지도직, 기능직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농진청이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다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농진청이 수원에 자리잡은 지 52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다는 것은 단지 시설과 직원의 공간적·물리적 이동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농업연구의 역사와 전통·정신을 새로운 연구시설과 청사에 담아 전북혁신도시로 옮겨 우리나라 농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세계적 농업연구의 중심이 될 새로운 농업연구 메카를 전북에 건설하는 시발점이 되는 의미가 있습니다. 전북으로 이전하는 농진청 및 소속기관은 총 6개로 우선 본청과 국립농업과학원은 오는 7월부터 8월 사이에 이전을 완료할 예정이며, 국립식량과학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립축산과학원은 내년 3월부터 이전을 시작합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2016년에 이전할 계획입니다.”

 

-농업은 사양산업이란 인식으로 인해 일부 도민들은 농업관련 기관 이전의 효과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예외 없이 모두 농업에 많은 투자를 하여 전 세계의 농산업 분야를 잠식해 가면서 후진국들을 농업적으로 종속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농업적 종속은 단지 식량뿐만이 아니라 종자·농자재·농기계·가공식품·유통기술 등 다방면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즉 농산업을 포기한 후진국에서는 농업이 사양산업이지만 미국·프랑스·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농산업이 국가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는 중요한 성장산업인 것입니다. 기존 농산업은 주로 단순한 재배법에 의한 농산물 생산이 전부였으나, 현대 농산업에는 생명공학·정보통신·첨단소재·로봇·나노테크·지리정보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융합을 통하여 발전하고 있으며 그 파생 산업도 지속적으로 창출, 확대되고 있습니다. 전북은 식품산업·농기계산업·발효산업·종자·종묘산업·관광산업 등에서 상당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앞으로 큰 변화가 기대됩니다.”

 

-농업관련 기관 대거 이전으로 인해 시험포만 몇 개 설치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전북혁신도시내 농업생명연구단지의 면적은 630만9000㎡(191만평)로 전북혁신도시 전체 면적의 약 60% 정도며, 그 중 시험포 면적은 344만7000㎡(104만평) 이고 나머지 면적에는 159개의 시험연구시설이 들어서게 됩니다. 시험포장 중 단순한 농산물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면적은 전혀 없으며 모두 새로운 품종개발, 신품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재배기술 개발, 개발된 기술의 현장 적용을 위한 시험연구 등에 활용될 예정이며, 159개 시험연구 시설에서는 농업과학기술 개발에 필요한 각종 시험, 연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수원에서 근무하는 이전대상 인원은 약 3550명(계약직 포함) 정도 되는데 실제 전주로 이사할 인원은 약 1900명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하며 나머지 인력 약 1650명 정도는 이사 후 현지에서 채용해야 할 것입니다. 농진청의 1년 예산은 1조원 가량이고, 이중 사업비는 약 6000억원 정도 되는데 사업비의 상당 부분은 현지에서 사용될 예정입니다. 김제가 전북혁신도시에서 배제되면서 고향 친구들로부터 ‘자네는 앞으로 고향에 내려오지 말게나’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받았던 마음의 상처가 꽤 오래 남았었는데 이제 이전이 눈앞의 현실이 되면서 다행입니다. 농진청 직원들이 현지에서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전북도민들의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 라승용 차장은 '김제 출신…9급 농림직 출발, 1급 승진 '신화'

 

라승용 농촌진흥청 차장(57·1급)은 김제시 신풍동이 고향으로 현재도 그의 어머니가 고향을 지키고 있다.

 

3남1녀 중 장남, 그것도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김제중앙초, 김제중학교, 김제농고(현 김제자영고)를 졸업했다.

 

영농학생으로 학비를 절약, 각종 장학금을 받으며 김제농고를 졸업, 1976년 농림직 9급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첫 발령지로 국립 부산생사검사소에 발령받은 그는, 군 전역 후 국립자재검사소에 잠시 머물다 농촌진흥청 농약연구소에서 본격적인 연구원의 삶을 시작했다.

 

해충방제 연구와 농약등록 업무를 총괄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1992년 연구관 승진시험을 통과, 원예연구소에 발령받으며 원예분야와 인연을 맺었고, 호남농업연구소 식물환경과장을 맡으면서 작물분야 연구에 본격 접했다.

 

농진청 연구운영과장·연구정책과장을 거치면서 산학연과 함께하는 특화작목사업단을 기획·운영, 농업현장의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연구와 컨설팅 모델도 만들었다.

 

2007년부터는 연구개발국장으로서 농업과학기술의 중장기 계획 완성과 차세대바이오그린 사업을 시작했다.

 

2008년 말 농진청 소속기관 중 하나인 국립축산과학원장에 응모, 비전공자로서는 최초로 원장에 발탁됐고, 연구행정형 최우수기관으로 평가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는 농진청 연구직 최초로 4개 연구기관에 모두 근무하는 기록을 썼다.

 

2012년에는 국립농업과학원장으로 부임하면서 1급으로 승진, 농업 기초기반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지난해 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농촌진흥청 차장으로 발탁돼 이양호 청장과 호흡을 맞춰가면서 현장중심, 정책중심의 연구와 지도, 교육체계를 만들어가고 선진농업기술을 3세계에 전달하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 중이다.

 

라 차장은 이처럼 치열하게 업무를 추진하면서도 방송통신대를 마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아 학창시절 못다한 꿈을 이루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