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대규모 수학여행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만족도가 낮고 선택권이 제한된 대규모 수학여행 관행에 대해 “여행사만 배 불려주는 꼴”이라며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수학여행의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제시하기로 한다.
상당수 전북지역 교사·학부모들은 세월호 침몰 비보를 계기로 ‘제주도 등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는 대규모 수학여행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교육부가 1~3학급 혹은 학생수 100명 이내 소규모·테마형 수학여행을 권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로 이동하는 획일적 수학여행은 학생들의 사고·일탈 위험이 높은 데다 교육적 효과가 적다는 지적 때문이다.
초교 교사 A씨는 “교육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대규모로 가면 교사 입장에선 통제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고, 학생들이 현혹되기 쉬운 담배·술 등과 씨름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적으로도 큰 효과가 없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특히 대규모 수학여행의 경우 소규모 수학여행 보다 비용절감은 크지 않은 대신 서비스 질과 만족도 등은 오히려 낮아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두드러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전북교육청 현장체험학습 추진지침에는 ‘여행경비 추정가가 1000만원 이하는 수의계약, 1000만원 이상은 일반·제한 입찰 방식으로 계약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일선 학교는 “절차가 복잡하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일괄 계약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수 200~400명 이상의 학교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날 경우 상당수가 최저가 입찰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중학교 교사 C씨는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한창 몰리는 5월에 초·중·고 수학여행객단까지 겹치면 여행사가 제시한 할인된 가격에 방을 잡더라도 6인 취침이 아닌 10인 취침으로 뒤바뀌는 경우가 왕왕 있다”면서 “또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취소하는 코스의 입장료·버스 임차비 할인 등으로 여행사가 챙기는 부분이 의외로 많지 않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더욱이 전북교육청이 선박·항공을 이용해 대규모 수학여행을 가는 학교의 경우 사전 신고를 받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은 대상 학교 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전북교육청은 지난 17일 기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도내 학교가 초·중·고 22곳이라고 집계한 반면 하루 뒤인 18일 조형철 도의원은 ‘초·중·고 25곳’이라고 정정·발표했다. 여기에 중국 등 해외 수학여행지를 사전 신고를 하지 않은 학교들도 있어 그 규모가 훨씬 더 크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학부모 D씨는 “만약 선박·항공을 이용해 수학여행을 다녀오는 학교가 교육청에 신고하지 않은 채 사고가 났더라면 교육청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었겠느냐”면서 “이것은 비단 안산 단원고의 문제만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한편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 포털사이트엔 ‘수학여행을 폐지해달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의 경우 지난 16일부터 ‘초·중·고 수학여행 수련회 없애주세요’라는 인터넷 청원이 이어진 결과 현재 2만8000여 명이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