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람이 문제다

▲ 안봉호 군산본부장
지난주 476명이 탑승한 국내 최대 여객선인 세월호의 침몰로 300명이상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 온 나라가 비통함에 빠졌다.

 

더구나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경기도 안산의 수많은 단원고 학생들은 꽃을 피어 보지도 못하고 차디찬 바닷물속에서 아직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안타까운 상태다.

 

한밤중도 아닌 아침에 어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더욱 이해하지 못할 일은 선장의 행위다.

 

선원법은 선장은 선박에서 승객이 모두 하선할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안되며, 선박이 위험에 직면했을 때 인명을 구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세월호 선장은 어떠했나. 선박은 물론 승객들을 뒤로 한채 가장 먼저 선박을 빠져 나왔다.

 

선장이 인명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했더라면 이같이 많은 인명이 희생되지는 않았을 터인데 어찌 선장 이럴 수 있나. 울분이 터진다.

 

지난 1912년 4월 11일 승객 2200명을 태우고 항해를 시작했다가 출항 4일만에 침몰, 1500여명이 구조되지 못하고 사망·실종됐던 타이타닉호침몰사고를 다룬 영화 ‘타이타닉’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조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선였던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부딪혀 침몰되자 이 선박의 설계자는 물론 선장이 승객들의 구조를 지휘하고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도 세월호의 선장과 상당수의 선원들이 승객을 뒤로 한채 먼저 배를 빠져 나왔다는 것은 국격(國格)을 떨어뜨리는 부끄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이 같은 대형참사가 반복되는가.

 

지난 1960년이후 급속하게 우리나라는 산업화의 길을 걸었고, 산업화는 개인주의·이기주의·돈이 최고인 배금주의와 황금만능주의를 야기했으며 이같은 의식은 우리 마음 깊숙이 녹아 들었다.

 

특히 급속도로 변화하고 경쟁하는 사회에서 뒤처지면 살 수 없는 사회분위기속에서 우리는 자신도 뒤돌아 볼 겨를도 없이 바쁘게 살아왔다.

 

‘바쁘다’는 의미를 가진 한자는 망(忙)으로 마음 심(心)자와 망할 망(亡)자가 결합된 단어다.

 

우리는 지난 50여년 동안 숨가쁘게 살아 오면서 물질문명이 넘치는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었지만 정신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잃어 버렸다.

 

한마디로 마음이 망한 것이다.

 

오직 ‘돈(錢)’과 권력앞에 ‘의(義)’는 내팽개쳐졌고, ‘나’앞에 ‘우리’는 붕괴됐으며 직업의 소명의식마저 무릎을 꿇는 세상이 돼 버렸다.

 

거의 모든 교육과 직업도 그 자체가 목적으로서 신성함이 존중돼야 하나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철저한 소명의식이나 철학을 거의 찾아 보기 힘들어졌다.

 

이런 분위기가 세월호 침몰사고를 부른 게 아니가 싶다.

 

그러나 주변에는 자신의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남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사람도 많아 우리 사회에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세월호의 대형 참사는 ‘우리 사회가 어디에 와 있나’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번지르한 위기관리대응 매뉴얼이 있고 제도가 있으면 무엇하나.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것을 가르치는 인문학이 더욱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