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아, 살아 돌아와 딸 크는 모습 봐야지"

전북출신 일가족 4명 중 5살 딸만 구조 / 단원고 교사 등 실종 3명도 도내 연고

   
▲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엿새째인 21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사고 해상을 향해 앉아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의 아들·딸들아, 꼭 살아만 있어다오.”

 

‘세월호 참사’로 연일 사망자들이 속출하면서 전 국민이 깊은 슬픔에 잠겨 있는 가운데 전북 출신 사망·실종자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경기 안산호남향우회 및 실종자 가족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홀로 구조된 A양(5) 가족을 비롯해 총 4가족이 전북 출신이다.

 

A양을 제외한 A양 아버지(50)와 어머니 B씨(29), 오빠(6)는 모두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구조된 A양은 현재 친척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아버지는 부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해양경찰에서 군복무를 했다. 그는 20여년전 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난 이후부터 홀로 지내다 7년 전 베트남에서 온 B씨와 결혼한 뒤 서울 강북구의 월세방에서 살며 청소일 등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사고가 났던 이달 16일 A양 가족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이사를 가는 길이었다.

 

어렵게 모은 돈으로 제주도에 감귤농사를 짓기 위해 땅과 집을 사는 등 어엿한 기반을 마련한 A양 가족은 이날 부푼 마음으로 세월호에 탑승했다.

 

A양 아버지의 사촌형(57)은 “원래 동생은 부안에 들러 친척들을 만나고 완도에서 배를 타고 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사고 전날 전화를 걸어 ‘인천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면서 “그때가 동생과의 마지막 통화였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자리를 잡아 성공해 어엿한 가장이 되고 싶다’던 동생의 밝은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면서 “조카가 성인이 되는 모습을 동생 내외가 꼭 볼 수 있길 바란다”며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았다.

 

고창 출신 안산 단원고 C교사(51)도 현재 실종 상태다.

 

수학여행단 인솔교사로 학생들과 함께 세월호에 탑승한 C교사는 전북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이후 경기지역에서 교사로 일해왔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단원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C교사의 가족들은 현재 진도에서 애타는 마음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다.

 

또다른 전북 출신으로는 아들 D군(17)이 실종자 명단에 있는 E씨, 숨진 채 인양된 F군(17)의 아버지 G씨 등이다.

 

이들 모두 이른 시기 전북을 떠나 낯선 땅에서 터전을 잡고 묵묵히 살아온 전북출신들이다.

 

김영일 안산호남향우회장은 “사고 다음날(17일)부터 진도에서 향우회원들을 돕고 있는데, 세월호 탑승자의 절반 가까이가 호남 출신이었다”면서 “특히 정읍·임실지역 섬진강댐 수몰민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안산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향우회 등에 따르면 1962~64년 섬진강댐 건설로 수몰지역에 거주하던 인근 주민 120여세대가 안산으로 이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