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수학여행 다시 생각할 때다

▲ 정성록 서진여고 교사
시험 끝난 후 단체영화관람. 1970~80년대 학교에 다닌 사람들은 다 이런 추억을 가지고 있다. 벤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세이든어드벤처, 천지창조 등 이 시기에 본 영화다. 월말고사 후 그 피곤함과 긴장감을 단체영화 관람으로 해결하면서 문화적 갈증을 충족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또한, 제주도와 설악산 경주 등의 단체 수학여행의 아련한 추억도 있다. 약간의 일탈도 허용되면서 학교를 떠난다는 설렘이 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 중·고등학교에서 단체 영화 관람은 없다. 그런데 단체 수학여행은 예나 지금이 큰 변화가 없다. 명칭이 체험학습으로 대체된 것과 좀 시설이 좋은 곳에서 숙식을 할 뿐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제 단체 수학여행도 이번 참사를 통해 다시 생각해 볼 때이다. 과연 새떼 버스 이동과 전 학년이 비행기·선박을 이용해 단체 수학여행을 다닐 필요가 있을까? 나도 서너 번 수학여행을 인솔한 경험이 있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볼 기회만 제공하는 것이 대부분 현실이기에 ‘과연 교육적 효과가 얼마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교육·경제적으로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이제 여행의 의미도 다양해졌다. 교통·통신 수단의 발달로 인한 정보 공유의 수월성, 주 5일제 수업, 대체휴일제 등이 실행되기 때문에 현장학습이 체험학습이 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 학교 단위 단체 수학여행보다 더 알차고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기회와 프로그램이 많다. 또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소몰이 식으로 이동하다 보니 늘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학교와 업체에서 안전에 신경을 쓴다지만 여러 위험스런 요소가 따른다.

 

미국에서는 학교에서 단체 여행 수개월 전부터 안전교육에 학부모가 귀찮아 할 정도로 모여서 협의하고 제반사항을 논의한다는 어느 특파원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여건이 힘들지 않은가.

 

이제 교육적 효과가 적은 학교 단위별 수학여행을 지양하는 대신 비슷한 진로를 선택한 학생들이 그룹을 정해 진로 탐색의 기회를 마련하거나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에 나서는 등 대안을 찾았으면 한다. 학교, 지역사회, 학부모가 머리를 맞대면 좋은 방안도 나올 것이다.

 

단체 관광여행이 아닌 국토순례를 통하여 조국산하의 아름다움과 역사를 직접 체험하고 느끼면서 교사와 학생 친구 간의 유대감을 높여 교실에서 나누지 못한 정담을 나누면서 애교심을 키우는 학교도 있다. 학년별로 프로그램을 달리하여 실시하기 때문에 3년 동안의 경험이 상급학교에 진학해도 학창시절의 추억이 되며 또한 성취감과 자신감을 키우는 기회가 된다고 한다.

 

물론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일을 전면 폐지하고 다른 방향으로 대체하는 것도 성급한 일이지만 이제 수백 명이 함께하는 수학여행은 그 유효기간이 거의 다 된 듯하다. 더 중요한 사실은 단체 수학여행에 대한 온 국민의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수학여행이 꼭 필요한 학생들도 있다. 부모와 같이 여행을 갈 수 없는 형편의 아이나 조손가정 그리고 소년소녀 가장인 경우엔 국가나 사회단체에서 지원받아 교사와 같이 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행사지향적인 단체활동이나 수학여행은 이번 기회에 손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