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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일 오후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쪽 3㎞ 해상, 잠수사들이 세월호의 선수 부분에서 잠수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세월호 참사가 발생 일주일째를 맞는 가운데 공개된 세월호 항적과 검찰의 수사로 침몰 원인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좁은 수로에서 초보 선원들의 무모한 운항과 대응미숙, 여객선 개조 후 생겨난 구조적 선체결함 의혹 등이 맞물린 침몰원인은 말 그대로 총체적 인재로 밝혀지고 있다.
△‘늦겠다’ 과속 운항
해양수산부가 공개한 사고 당일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살펴보면 세월호는 오전 7시 28분부터 8시까지 시속 39km 최고속도를 내며 맹골수도로 향했다.
시속 39km는 세월호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다. 이 배의 최대 선속은 21노트,즉 시속 38.892km이다.
세월호는 맹골수도에서 변침(變針)한 오전 8시 26분 이후 협로를 운항하면서도 속도를 19노트 이상 유지했다. 평소 맹골수도 진입 이후 속도는 17~18노트였다.
직선 구간도 아닌 물결이 세기로 악명이 높은 맹골수도에서 최대 속도 운항은 상식적으로 무리한 운항이었다.
세월호는 기상악화로 예정된 시각보다 2시간 늦게 출발했다. 지연 출발로 잃은 시간을 되찾으려 과속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리한 변침, 직접적 첫 원인
과속 차량이 핸들을 심하게 꺾으면 사고가 나듯이 무리한 변침은 선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검찰에 구속된 조타수 조모(56)씨는 “(내가) 실수한 부분도 있지만 키가 평소보다 많이 돌았다”고 말했다.
위험수로인 만큼 3~5도 각도로 방향선회(변침)를 해야 하지만 이를 훨씬 크게 조작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 20년 베테랑의 한 조타수는 “보통 느릴 때보다 빠르게 운항할 때 배가 잘 돈다(키가 잘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초보 항해사·조타수의 미숙한 대응도 화를 더 키웠다.
조타실을 맡았던 항해사 박씨는 경력 1년이 조금 넘은 3등 항해사였다.
박씨는 세월호를 탄 지 5개월이 안 됐으며 사고가 발생한 맹골수도 해역을 이날 처음 운항했다.
조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조타 경력이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적·구조변경, 복원력 상실 원인
세월호가 1994년 6월 일본에서 건조됐을 때는 용적을 나타내는 총톤수가 5997t이었는데 한 달 뒤에 개조돼 6586t으로 589t 늘었다.
20년 다 된 배를 들여온 이후 세월호는 목포에서 다시 구조변경해 6825t으로 239t이 증량됐다.
정원도 804명에서 117명이 늘어 921명이 됐다.
구조변경으로 화물을 많이 싣게 된 만큼 무게중심은 그만큼 높아졌다. 구조변경을 승인한 한국선급(KR)에 따르면 무게중심이 51㎝ 높아졌다.
세월호가 복원성을 제대로 유지하려면 화물은 987t만 실어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는 이보다 3배 더 많은 3608t을 실었다. 화물은 덜 싣고 평형수(밸러스트)를 더 채워야 하는데 반대로 화물을 더 싣고 평형수를 덜 채웠을 가능성이 높다. 화물은 실은 만큼 돈이 되기 때문이다.
과적한 화물은 제대로 고박(화물을 바닥에 고정하는 것)도 되지 않아 급격한 회전 때 한쪽으로 쏟아져 내렸다. 이는 배 침몰의 또 다른 원인을 제공했다.
총체적 인재로 드러나고 있는 세월호 침몰사고는 선장 등 승무원들의 상상하기 어려운 무책임성까지 더해져 대참사로 기록될 안타까운 처지에 놓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