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4월은 남원 출신 마산상고 1학년 김주열 군이 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고 숨진 뒤 바다에 유기되어 시신으로 떠올라 이승만 독재 정권을 몰아낸 4월 혁명의 기폭제가 되었다. 2014년 4월은 또다시 잔인한 달이 되었다. 올 4월은 무능하고 무기력한 정권과 행정, 여와 야의 정치권, 있으나 마나 한 구조시스템으로 충분히 기회가 있었으나 최악의 결과를 야기한 진도 세월호 침몰로 다가왔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어린 학생들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산화해 갔다. 지금 이 시각에도 밤낮으로 구조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분들과 일주일 째 뜬 눈으로 밤을 새워가며 생환을 기다리는 가족들, 피 같은 자녀를 잃은 모든 분께 미안하고 죄송할 뿐이다. 우리는 이미 1993년 10월, 우리 지역인 위도 앞바다에서 292명의 귀한 생명을 앗아간 서해 훼리호 침몰 사건의 악몽과 아픔을 기억하고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재난 구조시스템 미비와 총체적 부실 및 원칙이 존중되지 못하는 사회, 대한민국의 시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한 치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위도 훼리호 사건의 교훈은 망각되고 어디론가 증발했다. 이번 진도 세월호 침몰사건은 “빠르게!”를 외치며 양적 성장 만능주의와 인간으로서의 양심 및 인명 존중과 원칙의 준수 등 최소한의 사회 버팀목조차 망각한 부실 덩어리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하지만 더욱 가관인 것은 정치권이다. 진도 세월호 침몰 직전의 2014년은 정쟁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여야 정치권이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지방 선거 승리와 기득권 지키기로 날을 새며 이전투구를 일삼고 있던 시기이다. 대통령과 집권당은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날리고도 사과는커녕 남의 탓만 하며 여론의 눈치나 살폈다. 겉으로는 마치 자신들은 약속을 철석같이 지킬 것처럼 행세하며 대통령과 집권당에 약속을 지키라고 강변하던 야당 사람들. 새정치 하겠다는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민주당과 합당하여 역시나 약속을 팽개치고 “승리만이 살길이다!”를 외치며 여당과 공동 정범이 된 여야 그들만의 리그에서 불나방처럼 이익만 좇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슬픔과 죄스러움, 분노로 멘붕에 빠진 실종자 가족과 국민을 상대로 막말과 색깔론을 덧씌우는 일부 국회의원이나 정치지도자의 모습, 제 동생 친구들 또래의 학생들의 억울한 죽음 및 국민적 슬픔과 분노에 대해 막말을 일삼는 천민자본주의의 전형과 사고를 보여주는 모 단체장 후보의 아들, 기득권의 한 축을 형성하며 사건이 터질 때만 요란을 떠는 정부와 야당 지도자들, 공직자들의 퇴직 후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는 산하 기관장들, 그리고 뒷북 입법으로 호들갑을 떠는 국회의원들, 모두 4월을 잔인한 달로 만든 축들이다.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그날에 우왕좌왕하는 재난본부 간부들과 선원들, 정부관계자와 정치권은 목숨을 걸고 바다에 뛰어들어 구조를 하고 있는 보통의 해군, 해경구조대와 잠수부들, 일부 선원들과 교사들, 내 자식 일처럼 아파하며 초초하게 구조되기를 기다렸던 다수의 시민들과는 확실하게 다른 사람들임을 확인시켰다.
지금 이 시간에도 기득권과 지분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의 모습들, 겉은 개혁 공천으로 번지르하게 포장하고 원칙도 명분도 일관성도 없이 땅 따먹기와 정적 죽이기로 활용하는 여야의 공천 룰 정하기와 자격 심사, 평상시에는 안중에도 없다가 사고가 나면 호들갑을 떠는 모습까지 과거 서해 훼리호의 사고 시기와 변한 것이 없다. 뒷북행정은 말할 것도 없고 뒷북 정치권의 모습은 더욱 가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