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진도앞바다 맹골수도에서 침몰한 대형 여객선 세월호 참사는 발생 원인과 구조 대응 등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의 부실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고 보름이 지나도록 수십 명의 실종자를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안팎의 온갖 비난은 당연하다.
1962년 이후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해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대한민국은 2년 전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이었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 사회는 곳곳이 엉망 진창이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서해훼리호 침몰 등 대형 사고가 잇따랐지만, 부실 대응으로 일관했다. 이를 두고 무책임한 관피아 정부 때문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중앙정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전북일보가 지난달 30일 도내 자치단체들의 재난관리시스템을 점검해본 결과, 매우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도와 도내 14개 시·군은 중앙부처의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에 따라 수립해야 하는 행동 매뉴얼 294개의 62.5%인 184개만 보유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정부는 대형 재난재해 발생 때 신속한 대처, 안전한 처리를 위해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등과 관련된 총 33개의 표준 매뉴얼을 마련했다. 지자체가 이에 따른 행동 매뉴얼을 수립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전북도가 72%(28개 중 18개)의 행동 매뉴얼을 보유했을 뿐, 나머지 시·군은 60∼50%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들 행동매뉴얼은 풍수해, 지진, 화산폭발 등 자연재난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나타나 돌발적인 터널사고, 가스사고, 해난사고 등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행동 매뉴얼은 없었다. 긴급 상황에 따른 행동 매뉴얼과 그에 따른 교육훈련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