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공천 파행의 출발은 지난 3월 2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위원장의 ‘기초선거 무공천’을 고리로 한 통합신당 선언에서 시작된다. 당시 무기력한 민주당에 대한 심판을 벼르며 안철수 신당 출범을 기다렸던 전북도민들로서는 허탈감을 느끼면서도 신당이 진정한 수권 야당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도민들의 기대는 지난 4월 10일 통합신당이 기초선거 무공천을 철회하면서 사실상 실망으로 결론난다. 대선공약을 뒤집고 기초공천을 강행한 새누리당과 기호2번 없이 싸워야 되는 수도권의 선거 판도가 걱정됐더라도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호남만이라도 무공천을 유지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실제 통합신당이 기초선거 공천으로 말을 바꾸면서 전북에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민주계 세력과 동거를 시작한 안철수 진영 간 공천 지분 싸움이 점입가경의 수준을 넘어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도지사 후보는 경선 여론조사 일정조차 잡지 못했고 기초단체장 후보 경선은 안철수계의 반발로 쪽박이 깨지고 있다. 지방의원 후보 공천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봉숭아학당’ 수준만도 못한 전북도당의 행태는 새로운 정치를 갈망했던 전북도민을 얕잡아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다. 새정치연합이 이처럼 도민을 봉으로 취급하는 이유는 민주당을 견제할 안철수 신당이 불발하고 두 세력이 하나로 뭉치면서 ‘공천=당선’의 공식이 다시 성립됐기 때문이다. 공천장에만 목숨을 건채 유권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도로 민주당’으로 부르는 목소리가 커져가는 배경들이다.
옛 민주당 진영도 그렇지만 새 정치를 하겠다며 안철수 깃발에 줄을 섰던 인사들의 밥그릇 챙기기를 보면 새 정치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이들은 말로만 새 정치와 개혁공천을 부르짖었지 민주계와 공천 작업에 머리를 맞대기만 하면 새로운 시비와 트집으로 일을 꼬이게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여론조사 지지를 당부하는 문자메시지를 시도 때도 없이 보내는 것만 봐도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신이 후보가 되기 위해, 또는 특정인을 낙마시키기 위해 중앙당의 실세를 찾아 구걸하듯 읍소하는 모습도 구태정치 그 자체다.
이런 과정을 보노라면 안철수 진영의 정치인들이 새 정치에 줄을 선 진짜 속내가 읽혀진다. 자신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국민들이 원하는 새 정치의 구현이 아니라 지방선거 공천장과 당선, 그리고 향후 정치적 야망에 있음을 유권자들도 눈치채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세월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도민들의 눈은 잠시 속일 수 있겠지만 사리사욕이 담긴 정치적 꼼수는 금새 드러나기 마련이다.
6·4지방선거가 오늘로써 27일 남았다. 자중지란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이 갈수록 싸늘해지고 울화가 치미는 형국이다. 이런 정서를 아는지 모르는 지 ‘도로 민주당’은 기호 2번 묻지마 투표만 꿈꾸고 있다. 이번 선거도 과연 그렇게 될까? 미안하지만 그런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다. 전북도민들이 정몽준 아들의 표현처럼 더 이상 ‘미개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시당한 유권자들의 회초리가 점점 쌓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