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침몰 한 달을 앞둔 주말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렸다.
사고 발생 25일째인 10일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문화광장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가 준비한 추모행사가 오후 6시부터 2시간가량 진행됐다.
행사에는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 등 주최 측 추산 2만명(경찰 추산 8천명)이 참석했는데 이들은 길이 300여m, 폭 50여m에 달하는 광장을 가득 메운 채 촛불을 들고 슬픔에 빠진 도시의 밤을 밝혔다.
추모행사는 경기 굿 위원회의 살풀이춤으로 시작해 가수가 꿈이었던 단원고 학생 희생자의 생전 노래 음성, 태안 해병대캠프 사고 유족과 단원고 학생 희생자 2명의 유족 발언을 듣는 순서로 이어졌다.
이번 사고로 숨진 박모 군의 아버지는 '희망이란 끈을 놓으면서 하늘로 보내는 애비의 편지'에서 "못난 땅에 태어나게 한 무능한 애비로서 무릎 꿇고 사죄한다"며 울먹였다.
김모 군의 어머니도 "사고 당시 다른 학생이 찍은 동영상에서 아들이 '엄마, 아 빠 사랑해. 내 동생 어떡하지'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사랑한다고 말해주려고이 자리에 섰다"며 "평생 너의 엄마로 살게 해줘서 고마워. 사랑해"라고 울부짖었다. 추모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이에 앞선 오후 3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에 마련된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에 모였다.
노란 리본을 매듭짓고 분향소 주변으로 둥글게 늘어서 인간띠를 만든 뒤 묵념하고 '하늘에서는 부디 편안하길' 등의 글귀가 새겨진 풍선 수천 개를 일제히 하늘로 띄워 보냈다.
유족의 슬픔을 나누는 추모행사는 전국 각지에서도 이어졌다.
대전에서는 어머니 50여명이 자율적으로 모여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서구 둔산동 통계센터 네거리에서 시청까지 2.3㎞를 걸으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를 염원했다.
행진에 참가한 강소리씨는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사회에서 내 아이에게도 이런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금이라도 바뀌길 바라는 마음에서 엄마들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에서는 추모와 함께 정부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침묵시위가 오후 7시 시청동상 앞에서 열렸다.
검은색 옷을 맞춰 입은 시민들이 '가만히 있으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촛불을 밝혔다.
비슷한 시각 민주노총 강릉지역지부는 강릉시 신영극장 앞에서 3차 추모제를 열었고 원주시민대책위원회는 원주시 일산동 강원감영 앞에서 촛불을 들었다.
광주진보연대와 YMCA 광산지회, 광주 YMCA도 각각 광주 우체국과 광산구 쌍암공원, 동구 금남로 무등빌딩 앞에서 오후 7시부터 문화제를 열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