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애인의 性 (상)현실] 사회적 금기시 '억눌린 본능'

몸은 원하는데…손가락질 두려워 속앓이 / 이성교제 잇단 상담, 남몰래 집창촌 찾기도

우리사회에서 노인과 장애인의 성(性)·사랑을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돼 왔다. 노인은 젊은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적 기능과 욕구가 퇴화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장애인의 경우에는 비장애인과 같은 성적 욕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체적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성생활과 이성교제가 불가능한 것처럼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성(性)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이에 본보는 두 차례에 걸쳐 우리사회 성 소수자로 분류되는 노인과 장애인의 성·이성교제에 대한 고민, 성적으로 억압된 사회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방안 등을 짚어본다.

 

전주에 사는 70대 A씨는 지난해 8월 부인과 사별했다.

 

반평생을 함께 한 인생의 반려자를 잃고 난 후 A씨는 깊은 외로움에 잠겼다.

 

양로원이나 공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노닐다가도 아무도 없는 빈 집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해졌다.

 

독립한 자녀들이 때때로 A씨를 찾았지만, 부인의 빈 자리를 모두 채울 수는 없었다.

 

그렇게 외로움에 떨며 시름시름 앓던 A씨는 지난달 부인을 따라 저 세상으로 갔다.

 

A씨는 생전에 지인들에게‘아내의 빈 자리를 대신할 이성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종종 말했으며, 이 같은 속내를 성상담센터에 털어놓기도 했다.

 

지인들은 ‘(A씨가)곁에 두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저렇게 허망하게 가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부인과 사별한 지 3년째인 60대 B씨는 최근 마음이 맞는 이성친구가 생겼다.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깊은 관계로 발전했지만, 지인들과 자녀들의 눈치가 보여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홀로 사는 80대 C씨는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성적 욕구가 왕성해지면, 멀리 있는 다른 지역의 집창촌을 찾는다.

 

가까운 곳을 찾을 수도 있지만, ‘혹시라도 아는 사람을 만나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

 

그렇다고 그만둘 수는 없다. 몸이 본능적으로 원하고 있어서다.

 

15일 전주 양지노인복지관 부설 성상담센터에 따르면 이처럼 성과 이성교제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노인들의 상담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는 서울과 경기지역에서도 전화 상담요청이 종종 들어온다.

 

장애인들도 성과 이성교제와 관련된 고민을 하기는 마찬가지.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을 품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 죄악시되고, 성적 욕구를 풀고자하는 행위는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들은 성과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가로막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 자괴감을 갖기도 한다.

 

양지노인복지관 성상담센터 백명자 상담장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노인과 장애인 등 성 소수자의 성과 사랑에 대해 세상이 너무나 닫힌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