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형유산원에 대한 기대

 

2006년 2월, 노무현정부의 핵심정책인 혁신도시사업의 출범식이 있던 날 전주한옥마을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대통령과 문화관광부장관 문화재청장 등과 전주 문화 관련 인사들의 오찬모임이 예정돼 있었다. 출범식을 마치고 각부 장관과 시·도지사들이 다른 곳에서 리셉션을 하고 있는데 이들은 그 자리 대신 지금의 전통문화관 경업당을 찾은 것이다. 전주전통문화도시조성사업이 무르익어가고 있을 무렵 중요한 사업의 매듭을 짓기 위해 전주시와 추진단이 어렵게 노력한 끝에 마련된 자리였다.

 

오찬 전략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자리, ‘소외론’ ‘낙후론’ 등으로 징징거리지 말 것을 원로들에게 주문하고 대통령에게 드릴 건의 형태의 질문도 가다듬었다. 그 중에 국립무형문화의 전당과 아태무형문화센터에 관한 것이 포함돼 있다. 두 기관이 전주에 자리를 잡는 것은 전통문화도시사업의 화룡점정(畵龍點睛)과 같은 일, 매우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는데 문화재청장의 답은 간명했다. 우리나라 무형문화가 가장 잘 보전 계승되고 있는 곳이 전주이니 당연 그 본부도 전주에 있어야 한다. 아태무형문화센터도 함께 있어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그렇게 국립기관 하나와 국제기구 하나가 전주에 자리를 잡게 된다. 답은 간단했지만 그 자초지종은 참 복잡했다. 그 정책이 성안돼 건물이 들어서고 인력과 예산이 배정되는 데에는 또 다른 우여곡절이 더해져야 했다. 공식 개관은 아직도 준비 중이고.

 

그런데 그 위치가 묘하다. 마치 한옥마을과 남고산성을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건물 모양도 그렇고. 실제로 한옥마을을 찾는 많은 이들이 ‘저건 뭐여?’ 시비조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매우 의미심장한 장소성을 지니고 있다. 한옥마을의 한계를 뛰어 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한옥마을은 진즉 장소적 한계에 다다랐다. 자생력을 갖추기엔 너무 좁다. 중바위 후백제 전주성, 풍남문과 전라감영, 동문을 넘어 전통문화진흥원, 그리고 전주천을 건너 남고산성과 연결 확장할 수밖에 없다. 이 마지막 임무를 국립무형유산원이 떠맡고 있는 모습이다. 더구나 한옥마을의 급속한 상업화로 전통문화도시의 정체성이 급격하게 퇴색하고 있는 마당에 유산원에 거는 기대는 참으로 절실하다. 하루 속히 건물 자체가 주는 이질감을 극복, 명실상부 전통문화도시의 중심으로 우뚝 서야 한다. 그렇게 2006년을 설렘이 실현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