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 '꿀꺽' 대학생 등친 20대

수고비·취업 미끼 협박에 감금까지 / 40명 6억 가로채

▲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19일 브리핑룸에서 대학생들에게 학자금 대출을 받게한 뒤 이를 가로챈 혐의로 24살 김 모 씨를 구속하고 증거자료를 공개하고 있다.추성수기자chss78@

전북과 광주, 충남지역 등의 대학생들을 상대로 학자금 대출 사기행각을 벌인 20대 남성이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9일 대학생들을 속여 학자금 명목으로 대출을 받게 한 뒤 대출금을 가로챈 김모씨(24)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1시께 전주의 한 커피숍에서 대학생 황모씨(22)를 만나 “국책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돈이 모자란다. 곧 국고보조금이 나오니 대출을 받아주면 3~4일 안에 원금을 바로 갚아주고, 수고비 100만원과 함께 취업도 시켜주겠다”고 속여 제2금융권 세 군데에서 대출을 받게 한 뒤 대출금 2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같은 달 17일 오전 10시께 황씨가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자 강제로 차에 태워 “다른 대학생을 소개해주지 않으면 보내주지 않겠다”며 2시간가량 감금·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결과 김씨는 지난 2011년 8월부터 최근까지 같은 수법으로 대학생 40명에게 대출을 받게 한 뒤 대출금 6억75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피해 학생들에게 대출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학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 관련 서류만 갖추면 별도의 확인절차 없이 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사회경험이 없었던 피해 학생들은 ‘취업을 시켜주고 수고비를 준다’는 김씨의 ‘감언이설’에 속아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아 김씨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가로챈 돈을 생활비와 유흥비 등에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대학생 장모씨(3년)는 “친구를 통해 김씨를 소개받았는데, 김씨는 고급시계를 차고 여러 대의 외제차를 바꿔 타고 다니면서 신뢰감을 줬다”면서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해야 하고, 100만원을 준다고 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2000만원을 대출받아 김씨에게 건넸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 이모씨(54)는 “지난달 제2금융권에서 이자가 연체됐다는 연락을 받고 아들이 대출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아들이 돈을 갚을 것을 요구하자 몸에 있는 문신을 보여주며 협박해 제2금융권 두 곳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게 했고, 후배 1명의 연락처를 줄 때까지 아들을 감금시켰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씨는 이어 “아들은 이 일을 겪은 뒤 정신적인 피해가 크며, 김씨에게 후배를 소개시켜줬다는 사실에 괴로워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피해 학생들에게 대출을 해 준 제2금융권 및 대부업체를 상대로 피해자 및 부모들과 합의해 대출이자 등 채무를 감면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달수 전북청 광역수사대장은 “김씨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대학생들을 범행대상으로 삼았고, 피해 학생들은 수고비 100만원을 준다는 말에 선뜻 대출을 받아 김씨에게 넘겼다”면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취업미끼 사기 등 서민침해 사범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수사해 다시는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