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손기술이 좋아도 패를 알고 덤비는데 이길 재간이 있겠습니까." 영화 '타짜'에 나오는 '밑장빼기'의 고수들도 최첨단 장비를 이용하는 '디지털 타짜'들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지난달 28일 오후 7시 전북 익산시 동산동의 한 상가 사무실에서 카드를 이용한속칭 '바둑이' 도박판이 벌어졌다.
이날 도박판에는 도박 전과가 있는 박모(41)씨 등 속칭 '꾼'이라 불리는 도박 멤버 7명이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모두 손기술이 좋기로 '도박판'에서 정평이 나있는 사람들이었다.
회사원 진모(37)씨도 "판이 크게 벌어졌으니 와서 돈이나 벌고 가라"는 박씨의 말에 도박판을 찾았다.
한번 벌어진 판은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운이 나빴는지 진씨는 이날 천만원이 넘는 돈을 잃었다.
이후에도 이 사무실에서는 종종 큰 판이 벌어졌고, 진씨는 매번 돈을 잃어 집을 사려고 모아 둔 6천700만원을 모두 잃었다.
매번 돈을 잃자 진씨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사기도박이라고 의심할 만한 정황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14일 한창 도박을 하던 사무실에 경찰이 들이닥쳤고 박씨 등 일당이 벌인 사기 행각이 드러났다.
이들은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 사기도박을 벌이는 사기도박단이었다.
'총책'인 이모(42)씨는 인터넷에서 특수물질이 발라진 카드와 특수카메라, 초소형 음성 수신기를 산 뒤 함께 사기도박을 벌일 박씨 등 속칭 '선수'를 모았다.
이씨는 도박장 옆 모텔에서 특수 카메라로 카드 패를 본 뒤 이를 알려주는 일명'모니터'로 박모(42)씨를 부르고 도박할 사람을 모으고 심부름을 할 김모(42)씨도 합류시켰다.
이씨는 6명의 도박단이 다 모이자 도박판을 벌여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범행 대상은 도박에 자신감이 있는 진씨와 같은 '타짜'들이었다.
이들은 진씨와 같이 도박에 일가견이 있는 타짜들을 첨단 장비를 이용해 손쉽게'요리'했고, 백전백승의 승률을 자랑했다.
특히 이들이 사용한 초소형 음성 수신기는 2㎜ 정도밖에 되지 않는 크기로 귓속에 장착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길이 없었다.
도박판에서 잔뼈가 굵은 피해자들은 설마 자신이 사기를 당할 것이라는 것을 의 심하지 않았고 피해 금액은 1억원이 넘을 정도로 커졌다.
경찰이 도박판을 덮치는 순간까지도 이들은 사기도박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진씨는 경찰에서 "저도 도박판에서 손기술이 좋기로 유명한 사람인데 패를 이미아는 사람한테 어떻게 당하겠느냐"며 "이런 장비까지 동원해 사기를 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20일 총책 이씨 등 5명을 도박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이들을 도와 심부름을 한 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