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할 묻지마 투표

혹시 이번에는 도민들의 투표 행태가 달라질까. 그간 선거 때마다 도민들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막상 결과를 보면 그게 아니었다.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을 중심으로 지역주의 선거를 끝내야 한다는 이야기만 난무했을 뿐 항상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쳤다. 이번 새정치민주연합이 한 공천을 보면 “이게 새정치가 맞아”라는 말이 그냥 나온다. 원칙과 기준은 오간데 없고 후보에 따라 공천룰이 뒤바뀌는 상황이 속출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개혁공천을 하겠다는 말이라도 안했으면 이렇게 실망은 덜 했을 것이다.

 

도민들은 새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한테 팽 당한 꼴이 됐다. 그 이유는 처음부터 그들의 안중에 도민들이 없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났다. 공천룰이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했고 심사기준도 들쭉날쭉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 공천을 하겠다고 발표한 순간 새정치는 날아갔다. 새누리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기초공천을 강행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책임이 덜하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오판이다. 새정치의 요체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었다. 새누리가 공약을 파기했어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수권정당을 자임했다면 상대를 탓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갔어야 옳았다.

 

새정연이 기초공천작업을 하면서부터 지역정치가 뒤죽박죽이 됐다. 후보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에 돌입할 시간이지만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제 공은 유권자인 도민들 한테 넘어왔다. 도민들이 예전처럼 묻지마 투표를 하면 끝장이다. 그렇게 되면 전북은 예전과 똑같게 된다. 뭔가 유권자들이 깨어 있다는 걸 표로 심판해야 한다. 그래야만 무시 안당하고 지역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는 식으로 가면 곤란하다.

 

새정연의 공천이 잘못됐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또 표를 준다면 그건 배알도 없는 짓이다. 지금 전북은 존재감도 없는 국회의원들한테 지역을 맡겨봤자 비전이 없다. 분명 이번 선거를 통해 잘못된 것을 아니라고 하면서 바로 잡을 때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 된다. 항상 회자되는 이야기지만 도민들의 근성이 광주 전남사람들처럼 딱 부러진 맛이 없어 이같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 이번에 공천 잘못을 저지른 새정연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전북이 무력증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아직도 정책과 공약은 저버리고 지역정서에 기대 프리미엄만 누리려는 후보한테 표를 줘선 곤란하다. 어차피 유권자가 새정치를 이끌어야 할 상황이어서 묻지마식 투표 보다는 인물본위 선거로 맞서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