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군 장군 유골 빨리 안장해야"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스님 /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20년간 방치 비판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된 동학군 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이 20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안장되지 못해 안식처 마련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스님은 19일 온라인 블로그 ‘혜문닷컴’에 전주역사박물관이 보관중인 동학군 장군의 유골(머리뼈)을 조속한 시일안에 안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혜문 스님은 이날 전주역사박물관을 방문해 유골을 열람했다. 유골이 보관된 수장고는 항온·항습이 제대로 작동해 유골 훼손 등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1995년 일본 북해도 대학 창고에서 발견돼 이듬해 고국으로 봉환됐으나 영구 안치를 위한 묘역을 지금껏 찾지 못해 박물관 수장고에 20년 가깝게 위탁 보관돼 왔다. 도내 시민사회단체들도 그동안 영구 안치를 위한 대책을 요구했으나 아직도 해결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유골은 측면에 ‘한국 동학군 수괴의 수급(머리), 사토 마시지로로부터’라고 먹으로 쓰여져 있으며,‘동학당’이란 글씨와 함께 ‘1906년 전남 진도에서 채집했다’는 내용의 문서가 발견되면서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등의 노력으로 한국 봉환이 이루어졌다.

 

혜문스님은 “홋카이도 대학이 반인도적 행위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1996년 한국에 반환한 ‘동학군 지도자 유골’이 안장되지 못하고,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방치되어 있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반인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동학군 장군의 유골을 세간의 무관심으로 20년간 방치한 행위는 우리 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라며 “갑오동학운동 120년을 맞아 조속한 시일안에 유골을 안장할 것을 박물관측에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문병학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유골 안치를 위해 지난해 정부에 7억원의 예산을 요청했으나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에서 추진하는 기념공원 내 추모관 건립과 중복되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예산 반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업회측은 김제 원평 구미란에 있는 무명 동학농민군 묘역 인근에 안장을 계획하고 특수지원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계획하고 있는 추모공간은 묘역과는 거리가 있어 추모공간 건립이 이루어지더라도 반환 농민군 유골의 안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학계에서는 혁명 전승지에 건립된 정읍 황토현에 국립묘지 같은 대단위 묘역을 조성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쪽의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37기가 안치된 구미란의 무명 농민군 묘역을 정비해 이곳에 안치할 경우에도 묘역 정비와 사적지 지정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해 역시 쉽게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은 북해도 대학의 한 표본고에 90년 동안 방치됐던 것을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천도교·동학혁명유족회 등이 공동으로 봉환위원회(상임대표 한승헌 변호사)를 구성해 1996년 5월 봉환식을 갖고 한국으로 봉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