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장비 도박판에 타짜들도 당했다

몰카·음성수신기 동원 전문 사기도박단 덜미

▲ 익산경찰서가 20일 전북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사기 도박판을 벌인 일당을 검거하고 특수카메라와 화투 등 압수물품을 공개하고 있다. 추성수기자chss78@

첨단장비를 이용한 전문 사기도박단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손기술이 화려하다고 생각했던 자칭 ‘타짜’들도 첨단장비로 무장한 ‘디지털 타짜’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했다.

 

디지털 타짜의 총책인 이모씨(42)는 지인을 통해 첨단장비를 이용한 사기도박 현장을 답사한 뒤 자신도 이 장비를 이용해 사기도박판을 벌여 한몫을 챙기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총책 이씨는 지난달 초순께 250만원을 들여 인터넷을 통해 적외선 몰래카메라와 전파 수신기, 초소형 스피커, 특수물질이 도포된 일명 ‘목카드’ 등 장비를 구매했다. 이후 도박 등의 전과가 있던 사회 친구와 후배 등과 함께 사기도박판을 벌이기로 모의했다.

 

총책 이씨는 친구와 후배들을 일명 ‘선수(도박 참가자)’와 ‘모니터(기술자)’, ‘재떨이(심부름꾼)’ 등으로 나눠 사기도박판을 벌일 준비를 마쳤고, “내가 벌이는 판에 들어와 돈이라도 벌어라”며 다른 도박판에서 알게 된 후배 진모씨(34) 등 4명을 자신의 도박판으로 끌어들였다.

 

도박판에서 나름대로 ‘타짜’라고 생각했던 진씨 등은 쉽게 돈을 벌 생각에 총책 이씨의 유인에 빠져들었다.

 

이후 총책 이씨는 도박판을 벌이기 위해 익산시 동산동의 빈 상가를 빌렸다. 장비 설치 업자를 불러 천장에 적외선 몰래카메라를 설치했고, 선수들의 팬티 속에는 수신기를 숨기고 몸에 전파수신 역할을 하는 구리선을 감도록 한 뒤 귓속에는 좁쌀 크기의 초소형 수신기를 장착했다. 또 도박장 옆 건물 모텔에 모니터를 설치해 상대방의 패를 읽을 준비를 마쳤다.

 

기술자가 카드의 뒷면에 표시한 문자를 적외선 몰래카메라를 통해 확인한 뒤 무전기를 통해 알려주면 선수들이 몸에 감은 구리선이 전파를 수신, 귓속의 초소형 수신기에서 전파를 소리로 바꿔 상대방의 패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이 준비를 마친 이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7시께 진씨 등을 도박장으로 유인해 일명 ‘바둑이’ 도박판을 벌였다. 이들은 이날 7시간여 동안 도박을 했고, 자칭 손기술이 좋은 ‘아날로그 타짜’ 진씨 등은 이날만 1300여만원을 잃었다. 이들은 이날부터 최근까지 이곳에서 8차례 걸쳐 도박판을 벌였다. 진씨는 주택구입 자금으로 준비했던 전 재산 6700만원을 날렸고, 진씨를 포함한 아날로그 타짜 4명이 이 기간 동안 잃은 돈은 모두 1억1000만 원에 달했다.

 

익산경찰서는 20일 사기 등의 혐의로 총책 이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심부름꾼 역할을 한 김모씨(42)를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피해자 진씨 등은 ‘도박은 우연한 승패에 의해 재물의 득실이 결정되는 것인데 일방이 사기의 수단으로 승패를 지배하는 경우에는 우연성이 없어 사기죄만 성립하고 도박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입건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