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오거리광장서 세월호 추모행사 연 시민들 "엄마로서 행동하는 양심 보여줄 거예요"

SNS 통해 50여명 모여 / 경기전까지 침묵 행진 / "조속한 진상규명 촉구"

▲ 23일 전주 오거리광장에서 SNS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 및 희생자를 추모하며 침묵행진을 하고 있다.·추성수기자 chss78@

‘세월호 아픔, 잊지 않겠습니다.’

 

이달 23일 오후 5시 전주 오거리 문화광장에 노란 두건을 머리에 쓰거나 목에 두른 시민들이 모여 들었다.

 

전주에 사는 김성희씨(47·여)가 페이스북에 올린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한 줄의 글을 보고 모여든 50여명의 시민들이었다. 이들은 저마다 숙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성희씨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대통령이 사과하고 해결을 약속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보고만 있는 것은 같은 또래의 아이를 둔 어머니로서 못할 일”이라면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명백히 드러날 때까지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잊혀지는 것’이었다”면서 “희생자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모두가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때까지 세월호를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민들은 한송이 국화꽃과 함께 희생자와 유가족, 실종자에게 전하는 글을 노란 종이에 써 들고 말 없는 묵념으로 깊은 애도를 표했다.

 

이들이 입을 연 것은 한 번뿐이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잊지 않겠습니다’란 구호를 수차례 외친 뒤 다시 깊은 침묵에 빠져 들었다.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참지 못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거리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식을 연 뒤, 입에 마스크를 두르고 경기전까지 침묵행진했다.

 

어둠이 짙게 내리고, 하나둘 전등이 켜지는 순간에도 참석자들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대다수가 40~50대 여성으로, 한 집안의 어머니인 이들은 ‘엄마’의 마음으로 세월호 희생자의 아픔을 달랬다.

 

딸과 함께 이번 행사에 참여한 이지영씨(45·여)는 “차디찬 바닷속에서 죽어간 아이들을 생각만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며 “아이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런 어머니를 바라보던 딸 최수빈양(15)은 “희생된 언니·오빠들에게 그동안 너무 무심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 뿐이다”며 “다시는 이런 참혹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