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임금은 단오가 되면 신하들에게 부채를 선물했다. 더위를 이겨내는 바람이 담긴 단오부채(端午扇)다. 이 부채는 전라감영 산하 선자청에서 전주와 남원 등에서 나는 대나무로 만들어 진상했다. 일년 가운데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 옛 사람들은 액을 풀고 더위를 대비했다.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고 씨름과 그네놀이를 하며 단오를 3대 명절로 여겼다.
현대인에게 단오의 의미를 되새기고 전주 부채의 맥을 잇는 제3회 전주부채예술제가 열린다. 부채를 만드는 선자장의 ‘명품 부채’ 전시와 전통문화 체험 등이 이뤄진다.
전주부채문화관은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한옥마을에 있는 문화관에서 부채예술제를 진행한다.
특별전시 ‘선자의 바람’전에서는 부채 장인 12명의 작품이 선보인다. 김동식 노덕원 박인권 박계호 박상기 엄재수 이신입 이완생 차정수 한경치 씨의 합죽선과 방화선 조충익 씨의 단선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김동식, 박인권, 방화선, 엄재주, 조충익 씨는 전북 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으로, 이신입 씨는 전북 무형문화재 제51호 낙죽장에 지정된 명인이다.
이와 함께 문화관 야외마당에서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부채를 매개로 한 다양한 예술상품 장터와 체험, 전통놀이가 이뤄진다. 부채 모양을 단순화해 천에 자수를 놓은 김경선 작가의 작품과 부채에 먹과 채색으로 화조도, 산수화를 표현한 변은숙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허영숙 작가는 부채 형상을 차용해 천연 한옥비누, 도자기 팬던트를 내놓는다.
젊은 작가로 문지영 작가는 가죽으로 만든 팔찌와 판화 기법의 한 종류인 실크스크린 작품을 전시하고, 김유정 작가는 얼굴의 특징을 강조해 캐릭터처럼 그린 캐리커처 체험을 진행한다.
부채문화관 관계자는 “전주 부채에는 전주 사람의 예술적 감각과 장인 정신이 결합됐다”며 “대나무 살과 한지의 날개를 타고 뻗어나가는 바람의 기세가 담겨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행사를 축소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