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지체장애 1급 박모씨(36·여)는 전주시 평화동의 한 사전투표소를 찾았다가 투표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박씨는 기표소가 2층에 설치된 탓에 투표를 하지 못했다.
박씨는 “공식투표일(6월 4일)에는 활동보조인이 쉬는 날이라 사전투표를 하려고 했다”면서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투표문화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전주에 사는 지체장애인 이모씨(26·여)도 인근 투표소를 방문했지만, 역시 기표소가 2층에 마련된 것을 보고 투표를 포기했다.
이씨는 “평소 몸이 불편해 바깥 나들이를 하지 않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하고 싶었다”면서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행사하기 힘든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이처럼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사전투표제가 장애인 등 노약자의 기표소 접근성 측면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1일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장차연)에 따르면 전북지역 사전투표소 241곳 가운데 기표소가 1층에 설치된 곳은 단 18곳(7.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은 장애인 및 노인 등의 접근이 어려운 2층 이상에 설치됐으며, 일부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아 중증장애인의 경우 사실상 접근이 불가능하다.
또한 투표소에는 청각장애인에게 필요한 수화 통역사도 전혀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용 장차연 사무국장은 “유권자들의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해 투표 기회를 늘려 투표율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사전투표제에서 장애인 등 노약자는 철저히 배제됐다”면서 “정부는 노약자의 참정권이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련 조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사전투표소는 선거인 명부 열람을 위해 국가정보통신망이 설치된 주민센터 등에 마련할 수밖에 없는데, 기존 주민센터의 경우 대부분 2층 이상이다”면서 “1층에는 민원실이 운영되고 있어 부득이하게 2층 이상으로 기표소가 설치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시행 초기라 노약자를 미처 배려하지 못하는 등 여러 맹점이 나타난 것 같다”면서 “공식투표일에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표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장차연은 이 같은 사전투표소 접근성 문제에 대해 지난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오는 3일 전북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회견을 열고, 장애인 등 노약자의 참정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이 같은 내용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