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에 바치는 진혼 춤사위

전북도립국악원, 목요 예술무대 재개 / 12일 소리전당…7개작품 선보여

▲ 전북도립국악원 김수현 무용단장의 도살풀이춤.

세월호 참사로 중단했던 전북도립국악원의 목요국악예술무대가 2달 만에 막을 올린다. 참사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삶의 희망을 나누는 춤판으로 무대를 꾸민다.

 

도립국악원은 12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생, 춤으로 그리다’를 공연한다. 이날 도립국악원 무용단은 ‘진·혼푸리’, 태평무, 교방굿거리, 살풀이춤, ‘화궁’ 등 7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죽은 이의 혼을 달래는 의미를 담은 ‘진·혼푸리’ 는 지전(紙錢)춤(김지춘, 김미숙, 이윤경 단원)과 도살풀이춤(김수현 단장)을 엮어 구성했다. 남도지방에서 행해진 지전춤은 망자가 이승에서 풀지 못한 한을 씻어 저승으로 가도록 기원하는 굿의 일종이다. 창호지를 길게 수술처럼 만들어 들고 망자를 불러 위로한다.

 

도살풀이춤은 살풀이춤의 원형이다. 올해 취임한 김수현 도립국악원 무용단장이 출연하고, 관현악단의 현장 연주로 경건함을 더할 예정이다. 긴 천을 공간에 드리우는 선이 돋보이는 무속 춤으로 기교와 예술성이 요구되는 독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어 태평성대와 풍년을 기원하는 강선영류 태평무(배승현, 최은숙, 백인숙, 배진숙, 이윤서, 양혜림 단원)가 이뤄진다. 동작의 섬세함과 발디딤의 독특함이 부각돼 정중동(靜中動)의 멋을 보여 준다는 평이다. 민속춤에서 나타나는 흥과 멋이 스며있는 춤으로, 반주 음악은 경기 지역의 굿에 쓰이던 무속 음악의 장단으로 이뤄졌다.

 

섬세하고 애절한 춤사위가 자랑인 교방굿거리(이현주, 이유미, 김혜진, 김윤하 단원)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작품은 교방(敎坊)에서 전해내려 온 춤으로 한, 흥, 멋, 태를 고루 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 한국무용의 곡선과 여백의 미가 절정을 이루는 살풀이춤(박현희, 이윤경 단원)이 올려진다. 무속에서 유래해 액과 살을 제거하는 몸짓으로 한(恨)의 정서를 표현한다.

 

춤과 함께 북소리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삼도설장고(강현범, 김지춘, 배혜국, 이종민, 이유미 단원)가 공연을 절정으로 치닫게 한다. 전라, 경상, 충청 지역의 장고 명인이 연주하던 가락을 역동적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느린 가락에서 시작해 빠른 가락으로 이어지며 연주자들의 기량과 호흡을 가늠할 수 있다.

 

공연의 대미는 희망의 세계를 기원하는 ‘화궁’(송형준, 여성 단원 전원·안무 김수현)이 장식한다. 꾀꼬리의 모습을 무용화한 춘행전과 궁중무의 복식으로 추는 창작무용인 화관무를 기반으로 한삼 놀음의 멋을 살려 재구성했다.

 

도립국악원 관계자는 “애초 예정된 공연 프로그램을 바꿔 학생과 일반인의 희생을 추모하는 공연으로 마련했다”며 “살아남은 사람에게 보내는 위로의 손길과 희망의 몸짓을 담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무료며, 사전 예약제를 실시한다. 예약을 하지 못한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 당일 1시간 전부터 현장 좌석권을 선착순으로 배포한다. 예약은 국악원 홈페이지(www.kukakwon.or.kr)와 전화(063-290-5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