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우는 정치

▲ 정세균 국회의원

6·4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종합해보면 여야 어느 쪽도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광역단체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이 9석, 새누리당이 8석을 얻어 승리했지만 기초단체장은 승패가 바뀌었다.

투표율 또한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에 비해 오르긴 했으나 여전히 60%를 밑도는 저조한 성적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사회적 분노가 투표율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이다.

 

무기력한 정치의 피해자 국민께 죄송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정치권은 몇몇 새누리당 의원들과 극우 인사들이 부적절한 행동과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을 제외하면 세월호를 정치에 이용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언행에 각별한 조심을 기했다. 그러나 정치인은 국민의 고통에 동참하는 것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세월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고치고 보충해야 할 것인지, 경제위기는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목소리를 내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곧 치러질 7·30 재보선에 또 다시 정치권 전체가 매몰되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 현안들을 뒤로 미룬다면 2014년은 슬픔과 분노에 빠져 아무런 성과 없이 흘려보내는 한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번 6·4지방선거는 어느 때보다 눈물바람이 많았던 선거였다. 대통령이 울었고, 여러 후보들이 유권자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한동안 이 눈물의 진정성을 따지느라 세상이 시끄러웠다.

 

불행한 일을 당한 국민의 아픔에 통감하는 정치인의 눈물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분들이 아픔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 올수 있도록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해주고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박힌 부정부패를 뿌리 뽑는 일은 한두 번 흘리는 눈물보다 훨씬 의미 있고 값진 일이다.

 

무기력한 정치의 피해자는 국민이다. 이제부터라도 대한민국 정치는 국민보다 먼저 눈물을 훔치고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세월호가 침몰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 원인을 철저히 가려내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탐욕과 부패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작금의 한국정치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12명의 실종자 구조와 세월호 선체 처리, 피해자 보상, 유가족의 생계, 생존 학생들의 심리치료, 국정감사 국가개혁, 관피아 척결에 등 산적한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려면 눈물만 흘려서는 안 된다.

 

고질적 병폐 척결위해 고군분투

 

누군가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슬프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정치인은 보이는 눈물이 아니라 가슴으로 울 줄 알아야 한다. 분노와 눈물만 가지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냉철한 이성과 정의감으로 무장하고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척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반성이요. 대한민국 정치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투표장으로 나와 준 국민에게 보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