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의 두얼굴

▲ 윤재호 대한건설협회 전라북도회 회장
지역 건설경기가 침몰하고 있다. 요즘 침몰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저려오는 것은 세월호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단어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은 최근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를 외면하는 NH농협의 행태가 세월호의 모습과 다르지 않게 다가오는 것 같아 지역 건설인으로서 마음이 아프다. NH농협은 최근 전북통합본부 신축공사(388억원), 충남통합본부 신축공사(316억원), 충북통합본부 신축공사(300억원)를 발주하면서 전북통합본부는 지역업체 참여를 건축(또는 토목건축)공사업 등록자의 20%이상 참여를 ‘권장’하는 것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권장사항은 지역업체 참여가 의무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대다수 대기업들은 턴키방식의 평가 점수에서 단독으로 만점을 받고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 굳이 지역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이유가 없는 허울뿐인 입찰조항으로 NH농협이 지역업체를 배려한다는 꼼수에 불과해 지역 건설업체는 상실감을 넘어 분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2013년도 전북 건설공사 수주 현황을 분석해 보면 도내 종합건설업체 663개사중 169개사(25.5%)가 1년동안 한건의 공공공사를 수주하지 못했다. 1건 이상 건설공사를 수주한 494개사도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손익분기점인 50억원을 수주하지 못한 회사가 431개사로 87%를 차지, 작금에 건설경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같은 지역건설업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각종 사업에 지역업체가 의무적으로 참여를 할 수 있도록 관계법령을 개정해 적극 시행하고 있다. NH농협은 국가 법령을 준수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지역 밀착이 강한 사실상 공공기관에 가깝고 또한 공익성을 가지고 있는 단체로 지역업체를 배려하지 않는 입찰은 정당성이 결여된 것이다.

 

2013년도 자료에 의하면 NH농협은 총자산이 273조원으로 조합원수만 245만명과 4,536개 점포수를 가지고 있는 거대 공룡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2013년부터 3년간 전북도 금고를 운영할 금융기관으로 재선정돼 전북도 일반회계 3조9천461억원을 관리하게 됐다.

 

충·남북과 전북도 등 작년기준 244개 시·도 및 시·군·구 일반회계 자금이 든 금고중 68%인 167곳에 자금을 관리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도민의 혈세를 운영하는 기관으로 재선정되면서 NH농협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정작 지역과 상생 발전하는 사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은 ‘나 몰라’라는 식의 이중적인 태도와 자기 실속만 챙기는 NH농협을 이해할 수도 없고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돈만 벌기에 급급하고 자기만 배불리 먹으면 그만이고 다양한 지원으로 농민과 함께하고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향토개발의 지원 프로그램 등은 뒷전으로 밀려있는 상황을 보면 보는 이의 마음이 세월호사건과 같은 것 같아 씁쓸하다.

 

입찰공고에 사규만 내세우면서 위배한 사항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역업체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권장사항으로 꼼수를 부리는 NH농협의 결과는 차후 도·시·군의 금고 운영기관 선정시 지역업체를 위한 지원 계획 등을 면밀히 따져서 도민의 심판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초일류 NH농협으로 거듭 발전기 위해서는 지역업체를 무시한 입찰공고를 즉각 철회하고 모두 상생 발전하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될 수 있도록 지역업체 의무참여를 강력히 촉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