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선 재난 현장의 최전선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소방관들에게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야 합니다.”
11일 30도를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 소방복, 안전장갑, 헬멧 등 각종 보호장구를 갖춘 군산소방서 소속 고진영 소방관은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지난 7일부터 릴레이 1인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그는 ‘안전도 빈부격차’ ‘평등한 소방서비스’ ‘소방관을 국가직으로’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세워 놓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전국 소방관들의 모임인 소방발전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최근 5년간 전국에서 소방관이 29명 순직, 1626명이 다쳤다”며 “소방이 위험하면 국민이 위험하다”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그는 이날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소방방재청의 급작스러운 해체로, 소방관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됐다”면서도 “어쩔수 없이 소방이 해체된다고 해도 소방직이 여전히 지방직으로 남아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방직의 대다수가 지방직인 탓에 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인력과 장비면에서 차이가 크다”며 “몇 년전만 해도 철물점에서 파는 고무장갑을 끼고 화재 현장에 투입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2014년 소방장비연감에 따르면 전북지역의 경우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방화복과 헬멧의 노후율은 각각 50.3%와 56.1%로 나타났다.
화재진압 필수장비인 공기호흡기 역시 전체 1865개의 59.9%인 1117개가 낡았다.
반면 방화복과 헬멧의 전국 평균 노후율은 각각 43.5%, 38.9%로 집계됐다.
노후율면에서 많게는 20% 가까이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
고진영 소방관은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들은 이처럼 낙후된 장비를 갖고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면서 “소방관의 안전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원활한 구조·구급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느꼈던 소회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국가적 재난을 맞닥뜨린 상황에서 일선 소방관들은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현장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면서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소방직의 국가직 전환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1인 시위 현장을 지나치는 시민들의 따뜻한 격려에 힘을 얻는다는 그는 “우리 소방관들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나설 것”이라며 “소방직이 국가직이 돼 지역민들에게 다른 지역과 동일한 소방서비스를 제공하는 날이 올 때까지 묵묵히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40여명의 소방관과 20여명의 시민들이 1인 시위에 동참했다.